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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끝자리는 반성의 시간이다. 반성은 말 그대로 되돌아 성찰하는 것이기에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담을 수 있다. 올 한해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경제위기로 시작된 한해는 전직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특히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끝나지 않은 갈등의 양극화를 낳아 해를 넘길 태세다. 올 한 해는 무엇보다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지속가능한 성장의 문제가 새로운 이슈였다.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는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지구 전체의 생존 문제로 확산되고 있지만 성장의 이익을 움켜쥔 강대국의 눈에는 아직 지구가 헤집고 태우고 엎어버리기에 충분한 모양이다. 올 한해의 시간을 몇가지 이슈로 되돌아 본다.

 

 방기곡경과 구복지루


 해마다 이맘때면 올해를 집약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신문이 올해를 반기곡경(旁岐曲逕)으로 정리했다. 반기곡경(旁岐曲逕)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한 수사와 과잉진압 논란이 된 용산참사,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세종시 원안 폐기를 그 예로 지적했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현실적인 문제를 이슈화 했다. 이 포털에서 직장인 1008명을 상대로 올 해의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는 구복지루(口腹之累)였다. 먹고살 것이 걱정이라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지난 한 해 이 시대 직장인들의 현주소를 시니컬하게 보여준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반기곡경과 직장인들의 구복지루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인다. 먹고 살 것이 걱정인 판에 바르고 정당한 길을 쫓을 수는 없는 법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문제는 역시 머리와 입이라는 현실적인 거리감이 더 크다고 할 만하다.


 법치의 실종, 그리고 자살공화국


 과거 우리는 일본인의 자살증가를 두고 낯선 눈길을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나라가 '자살 1위 국가'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6명으로 5년째 OECD 30개국 중 '자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뉴스가 아닌 자살이 올해 유독 새롭게 돋보인 것은 역시 전직대통령의 자살 사건 때문이다. 대통령 재직 시의 불법과 기만의 과정이 먼저냐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풀어놓은 '망신주기'가 먼저냐를 따지기에 앞서 전직대통령의 자살은 우리 사회에 분명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문제는 전직 대통령의 자살 사건이 아니라 자살이라는 결과를 놓고 벌이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다. 연예인 장자연 자살 만 해도 이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과 그로 인한 파장은 연예계를 넘어 정치문제화 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소모적 갈등은 사회발전의 용매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퇴보의 역사를 부추기는 오물이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이념적 대결구도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결과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법이 바로 서지 못한 사회는 편법과 불법의 하수구를 만들고 그 악취에 갈등하는 많은 이들이 자살을 선택한다.

 

 신종플루와 지구온난화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신종플루로 12월 현재 국내에서는 170여 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접종이 시작된 11월 이후 감염자가 감소하며 일단 정점을 지나고 있지만 신종플루의 공습은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환경재앙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공교롭게도 신종플루가 대유행 한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녹색'을 화두로 미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했다.
 전 세계 환경단체들은 '지구의 마지막 5일'을 외친 코펜하겐 회의는 단연 지구온난화 문제의 공론화 장이었다. 하지만 이 회의는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문제에 대한 진단은 물론 처방의 첫 단추 조차 꿰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모두의 문제가 각국의 손익계산에 매몰된 것이 지금 인류의 현실이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 절차는 언제나 헝클어진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녹색을 화두로 미래성장을 구하는 울산도 앞선 문제들을 반면교사로 삼을만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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