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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3층에서 창문 밖으로 열 개의 테니스공을 던져보자. 바닥에 떨어진 열 개의 공들은 모두 불규칙하게 여러 곳으로 흩어질 것이다. 열 개의 공들이 1열로 줄을 서는 일, 즉 규칙이 있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1열로 줄을 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주 낮긴 하지만 말이다. 앞의 예와 같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상황은 엔트로피가 높다고 말하고, 발생할 확률이 낮은 상황은 엔트로피가 낮다고 말한다.


 방 안에 향수를 뿌려보자. 향수분자들은 방안 곳곳으로 퍼질 것이다. 퍼지지 않고 뿌려진 곳에 계속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계속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주 낮긴 하지만 말이다. 향수분자가 퍼져 있는 상태는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엔트로피가 높다고 볼 수 있고, 뿌려진 곳에 계속 머무는 상태는 발생할 확률이 낮으므로 엔트로피가 낮다고 볼 수 있다.
 방안에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있다고 해보자. 커피는 방안의 온도를 미미하게 높이면서 식을 것이다. 커피가 식지 않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식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주 낮긴 하지만 말이다. 마찬가지로, 커피가 식은 상황은 발생할 확률은 높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높다고 말할 수 있고, 커피가 계속 뜨거운 상황은 발생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낮다고 말할 수 있다.

 

   엔트로피 낮추는데는 에너지 필요


 뜨거운 커피는 내버려 두면 저절로 식는다. 식히는데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향수분자도 뿌리면 사방으로 저절로 퍼진다. 사방으로 퍼뜨리는데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이렇듯 사물은 그냥 내버려두면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저절로 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에너지가 주어지지 않아도 발생할 확률이 낮은 상태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은 상태로 변하려는 경향이 있다.

 

   에너지보존의 법칙과 반대현상


 이에 반해 사물의 엔트로피를 떨어뜨리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발생할 확률이 높은 상태를 발생할 확률이 낮은 상태로 바꾸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식은 커피를 다시 뜨겁게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저절로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이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 주장하는 바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뜨거운 커피가 왜 저절로 식는지, 식었던 커피는 왜 저절로 뜨거워지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그런 현상은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 뜨거웠던 커피는 식기 전과 식은 후 방 전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양은 동일하다. 따라서 뜨거웠던 커피가 저절로 식는 현상이 발생하는 빈도만큼 차가웠던 커피도 저절로 뜨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도 열역학 제2법칙의 지배를 받는 측면이 있다. 좋은 인간관계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저절로 생기지도 않고 저절로 유지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좋은 인간관계는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라고 볼 수 있고, 소원한 인간관계는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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