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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초중등교육과정과 법률-저작권교육'이라는 주제로 부산·경남지역 저작권법전공 학자들과 초중등학교에서 저작권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간의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여기서 초중등교육과정에서 저작권교육의 어려움과 향후 교육방향에 대하여 일선 교사들과 법학자들 간의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논의의 핵심은 초중등교육과정에서의 저작권교육이란 무엇인가, 즉 어린 학생들에게 저작권과 관련하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 인가였다. 현재 청소년들에 의한 저작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상 저작권침해로 인해 수많은 청소년들이 범법자로 전락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저작권에 대한 조기교육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행의 저작권교육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창작물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저작권법을 교육하는 것이 자칫 저작권법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이해보다는 저작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교육주체인 담당교사는 십여시간의 연수를 받은 후, 학생들에게 특별수업형태로 저작권교육을 실시한다. 아직 저작권이 정규교과에 편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담당교사는 짧은 시간동안 저작권법 중 중대위반사항에 대한 내용을 단편적으로 교육, 아니 계도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담당교사에게 저작권법에 관한 완전한 이해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구체적 사례에서 저작물이용행위가 저작권법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란 저작권법을 공부하는 전공자에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교사에 의한 저작권법교육이 합리적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셋째, 저작권을 침해한 책임을 어린 학생들에게만 전가하는 사회도 문제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컴퓨터와 함께 자란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은 하나의 놀이공간이자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손쉽게 컴퓨터를 다루는 이들에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터넷상 저작물을 원하는 대로 복제하고 편집하고 재창작할 수 있는 기술 환경이 주어져 있다. 이러한 기술 환경은 아직 윤리관이 정립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너무나 많은 범법의 기회를 제공해 줌과 동시에 이것을 스스로 자제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성년자들이 저작권법위반으로 무차별 고소되어 형사처벌 받는 사례가 급증하였으며, 이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작년부터 초범인 미성년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대신하여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는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낸 어른들에 대한 비난보다는 저작권을 침해한 미성년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결국 현행의 저작권교육은 어린 학생들의 저작권법위반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며, 이들에게 무엇이 저작권이며 왜 이것을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충분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중등교육과정에서 필요한 저작권교육은 무엇일까? 필자는 올바른 창작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저작권이라는 어려운 법적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이 교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창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면서, 창작이 자신의 인격의 일부이며 노력의 결과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느끼게 하고, 그럼으로써 타인의 창작물도 자신의 창작물처럼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저작권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등교육과정에서부터 타인의 창작물을 올바르게 이용하거나 인용하는 방법을 교육함으로써 정당한 방법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 이에 위반했을 때 표절이 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반복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창작물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체득시키는 것이 저작권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일반의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도 보호하고 있다. 사회전체의 문화·산업을 향상·발전시키기 위하여 '창작'을 보장하는 것이 저작권법의 궁극적 목표라면, 초중등교육과정에서의 저작권교육도 저작권자만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편적인 법률교육이 아닌, 사회전체의 '창작'을 보장하기 위한 문화교육이 되어야 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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