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매사를 인과관계로 풀이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어떤 행위나 결과를 놓고 앞뒤 연관성과 배경을 짚어보고 "아! 그렇구나."라며 수긍을 하거나,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전자는 당연하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후자보다 전자가 많은 법이다. 악한 사람보다 선량한 사람이 많듯이 우리사회는 그래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노숙하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주는 장면이 알려져 화제가 되었던 '서울역 목도리女'의 뒷이야기가 더 감동적이다. 목도리녀의 아버지 역시 17년 동안 홀로 사는 장애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모시는 등 남다른 선행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노숙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하나뿐인 자신의 목도리까지 벗어 건네주는 그 천사 같은 마음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아버지의 행동이 말하고 있다. 아버지의 남다른 이웃사랑과 봉사를 옆에서 보아온 딸이 아니고서는 이런 선행을 선뜻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협력업체인 태승산업의 대표로 있는 지은씨의 아버지 김민태(56·울산시 남구 삼산동)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75년 현대차에 입사한 김씨는 20여년 넘게 근무하다 4년 전 퇴직, 직원 50여명을 둔 인력공급업체 태승산업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직장생활로 한창 바쁘던 1985년부터 울산시 동구 방어동 꽃바위 마을에서 홀로 사는 80세의 장애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모시는 등 사랑의 봉사활동을 실천해 왔다. 더욱이 할머니는 2년여 전 당뇨로 인해 왼쪽 다리를 절단한데다 오른쪽 다리도 제대로 쓰지 못해 남의 도움이 없으면 거동이 힘든 상태로 일급 보호대상이다. 김씨는 짬이 날 때마다 이런 할머니를 찾아가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데다 자식이 없었던 할머니여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친어머니처럼 보살피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부산디지털대학교 등 사이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까지 취득한 김씨는 최근 1급 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하는 등 사회봉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울산공단문학회 회장까지 맡았으며, 산행 수필시집까지 펴내는 등 문학활동도 열심인 김씨는 "몇년 뒤 회사를 정리하게 되면 울산에 양로원을 건립해 어려운 노인분들을 돕고 싶다"며 "남을 도와주길 좋아하는 우리 딸아이도 양로원 일을 많이 도와 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