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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뭐하자는 얘기냐. 저러다간 본선에 오르기도 전에 몸풀기 게임에서 탈진하고 말 것이다" "어리섞은 한나라당 저러다 결국 또 당하고 말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 등 정치권을 흔드는 깜짝 정치쇼의 와중에서도 당내 후보경쟁에 목을 매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끝간 승부를 조롱하는 항간의 관전평이다. 양측의 이 같은 승부는 여야 대선 예비주자들을 통틀어 지지율 1, 2위인 터라 당내 경쟁만 이겨도 대권고지를 밟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옆에서 누가 말린다고 해서 누그러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용상을 차버리라는 소리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란거리이던 경선룰이 '8월-20만명'으로 결정된 이후 양 진영의 당내 경쟁은 도를 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의 핵심 멤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심을 잡아야 할 국회의원들이 한술 더 뜨는 분위기다. 울산의 경우, 국회의원들로부터 시작된 지지후보 줄서기는 다단계 수준을 넘었고, 후보캠프의 자리다툼은 당의 공조직이 무색할 정도다. '빅2' 양측의 세불리기 경쟁이 가열되면서 지지후보에 대한 줄서기가 이젠 아예 편가르기 양상이다. 그래봐야 결국 후보의 사조직에 불과한 경선대책기구의 지역 총책을 서슴없이 맡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지켜보면서 빤히 속보이는 행동에 낯 뜨거움을 눌러야 하는 그들이 오히려 측은하기까지 하다.
 이미 지역정가에 알려진 대로 시당위원장인 정갑윤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울산 야전사령관을 자청한 상태이다. 이에 맞서 최병국, 김기현 의원이 이 전 시장의 캠프에 전입신고를 마쳤고, 당심(黨心)과 민심 사이에서 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는 윤두환 의원도 21일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입장 정리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대선주자에 대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지지성향이 드러나면서 한나라당 소속 지방의원과 단체장 등 지역 선출직들의 이합집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체장 출신 등 지역의 원외인사들은 한발 앞서 이미 반편성을 끝내고 역할찾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선주자에 대한 이 같은 일련의 줄서기를 통해 지역의 한나라당 세력이 '박-이' 진영으로 양분되는 확연한 구도를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당의 중심에 서겠다던 김기현 의원의 '소신중립'도, 당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윤두환 의원의 '뚝심중립'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중립에 설 생각이 없었던 정갑윤, 최병국 의원은 이번 줄서기에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듯한 눈치다. 이들의 대선주자 지지는 정치생명을 담보로 한 보험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보험증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들에게서 '본선은 그 다음의 문제'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경선 후유증 최소화라든가 본선 경쟁력과 같은 문제는 양쪽 모두 논외 사항으로 제쳐둔 지 오래다.
 더욱이 이러한 양분구도는 연말 대선이후 곧바로 이어질 내년 4월의 총선 경쟁구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까지 앞으로 5개월간 펼쳐질 경선 경쟁에서의 치열한 맞대결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과연 지금과 같은 유아적 안목으로 양측이 150일간의 전면전을 치를 경우 한나라당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경선 후유증으로 만신창이가 된 1명의 후보뿐일 것이다. 본선티켓을 확보한 후보에게 갈등과 반목으로 벌어질 대로 벌어진 당조직을 추슬러 본선에 나설 수 있도록 여력이나마 남기려면 한나라당은 지금 판단해야 한다.
 삼세판의 마지막 승부. 이번만은 반드시 승리해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겠다는 한나라당의 공언(公言)이 빈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대선철만 되면 눈이 흐려지는 후보들과 국회의원들이 시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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