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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이민이라면 자녀교육이나 돈벌이가 주목적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은퇴 이후의 노후를 보낼 목적으로 이민 대열에 합류하는 실버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형편만 허락한다면 늘어서도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겠다는 독립선언인 셈이다.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면서 해외에서 생활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 근본 요인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후 공무원을 중심으로 연금 생활자들이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지난 9월 23~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해외유학 어학연수박람회·해외이주 이민박람회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5만여 명이 몰려들어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학생과 학부모가 유학, 어학연수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그런데 행사장에는 학생과 학부모만이 아니라 50~60대의 중·노년층도 있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은퇴이민 설명회 때문이었다. 은퇴이민을 원하는 사람이 늘자 여행업계에서도 은퇴이민 설명회를 열고 있다.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는 시장원리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관광은 매주 금요일 말레이시아 이주 설명회를 개최한다. 고객의 신청을 받아 개최하는 설명회에서 말레이시아의 현지 물가, 부동산 소유 및 관련 절차, 이주비자 등에 관해 정보를 제공해준다. 매주 진행되는 이 행사에 매번 10~20명의 고객이 참여하는 등 은퇴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신문, 잡지도 은퇴이민 기사를 늘리고 있다. TV도 은퇴이민 프로그램 방영을 늘리는 추세다. 은퇴이민 관련 책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연금이민'이라 부르며 매우 활성화 되어 있다. 한국인도 높은 물가와 세금을 피해 해외로 은퇴이민을 간다고 볼 수 있지만 선진국과는 달리 국민연금제도가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애초에 목돈을 가지고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은퇴이민자 사이에 주목받는 지역이 동남아다. 비용은 150만~200만 원 가량이다. 이 정도면 퇴직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중산층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자식들을 해외로 뿔뿔이 내보내고 외롭게 노후를 보내느니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것이 이들 은퇴이민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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