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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가 요즘처럼 많은 변화를 경험한 적도 일찍이 없었다. 문화라는 이름을 빌려 지금껏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행이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사회활동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그동안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보편화되고, 전 방위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가정이라는 최소 단위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가족 개개인이 변화된 삶을 살아가면서, 상대의 변화는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족 모두가 개인적인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충분한 대화를 하지 않는 세태가 가족 간의 불신과 오해를 키운다. 이혼법정에서 부부가 마주앉을 때까지 변변한 대화 한 번 하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니 그 정도를 실감하고도 남는다. 나는 변하면서, 상대는 변하지 말라는 이중적 잣대로 부부 사이가 깨어진다면, 그 책임은 가족 못지않게 사회에도 있다. 소위 훈련기간을 거치지 않고 새로운 문명에 국민들을 내팽개쳤다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늦었지만 사회윤리와 가족윤리에 대한 재교육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를 국가 부담으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화이트데이에 커피 한 잔을 같이 하자는 제의를 거절했다는 이유 하나로 남편을 무참히 살해한 비정의 아내도 결국은 대화부재와 제대로 된 교육이 없어서다.
 울산지법이 지난해 9월 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협의이혼 숙려기간 및 상담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19쌍의 이혼을 유보시키는 등 성과를 냈다고 23일 밝혔다. 울산지법은 그동안 총 8쌍이 숙려기간을 신청한 뒤 협의이혼 의사 확인기일에 불출석하면서 사실상 이혼을 유보했고 11쌍도 상담 신청을 통해 확인기일에 나오지 않아 이혼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협의이혼 숙려기간 및 상담제도는 부부가 협의이혼 의사 확인서를 접수하기 전에 '협의이혼 신청 진술서'를 작성토록 하는 등 숙려기간(생각할 시간)을 갖게 하거나, 상담을 신청토록 해 이혼을 가능한 억제하는 제도다. 부부가 상담을 원하면 접수 담당자가 상담일자와 장소를 고지해 상담 받도록 하고 숙려기간을 원하면 협의이혼 의사 확인기일을 바로 지정하지 않고 2주의 시간을 가진 뒤 정하게 된다. 그러나 상담이나 숙려기간을 원치 않으면 기존 방식대로 협의이혼 의사 확인절차를 밟게 된다. 울산지법은 이 제도가 이혼을 억제하는데 성과를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협의이혼 신청 당사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숙려기간 및 상담 제도를 거칠 것을 권유하고 아울러 효율적인 상담을 위해 보다 많은 전문가를 상담위원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인이 못하는 것을 법원이 대신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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