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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건립공사가 한창인 울산박물관은 전국 7대 도시 중에서 마지막으로 지어지는 본격 박물관이다. 다르게는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립박물관을 갖지 못했던 울산시민의 지난 10여년 숙원이 담긴 시설이다. 때문에 내년 6월로 예정된 박물관 개관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특별하다. 울산시립박물관추진단도 이 같은 시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올 들어 개관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유물 구입에 박차를 가하고, 한편으론 박물관 개관에 맞춰 문을 열 특별전 계획까지 이미 내놓은 터다.


 이처럼 울산박물관은 겉으로는 순조로운 건립공사와 함께 개관 준비도 순풍을 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추진단은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바로 박물관 개관의 성패가 달린 전시유물 확보 문제이다. 만약 앞으로 남은 1년여 기간 안에 전시유물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이 문제가 박물관 개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발등의 불이 된 울산박물관의 유물확보 현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다 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역사관과 산업사관, 어린이관 등 3개 상설전시관 중 역사관을 제외한 두개 관은 지역 기업체의 협찬과 기존의 유물을 활용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역사관이다. 선사시대부터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이어져온 울산의 역사문화를 통사적으로 꿰어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유물로는 역사관의 흉내도 못 낼 형편이다. 질과 양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추진단이 현재까지 확보한 유물의 양은 모두 788건 2,543점에 불과하다. 이 중에는 고서 등 문헌자료가 절반 가까운 1,198건(47%)이고, 산업사 자료가 676건(27%), 민속·생활자료 424건(17%), 도자기 136건(5%), 토제 89건(3%), 석·금속류 18건(1%) 등이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역사관에 전시할 수 있는 유물은 문헌자료와 석·금속류, 토제, 도자기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대부분 조선시대 이후의 것이고, 통일신라시대 이전의 고대·선사시대 유물은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듯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땅만 파면 고대 매장문화재가 쏟아지는 울산에서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문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울산유사 이래 지역의 역사문화재에 눈을 뜬 것이 채 한세대에 지나지 않았으니 맞닥뜨린 황당한 현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울산의 유적에 대한 본격 발굴조사는 196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의해 이뤄진 울주군 온양 삼광리유적이 최초다. 이후 현재까지 발굴조사가 이뤄진 유적은 110여 곳이고, 출토된 유물만 6만여 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유물을 보관·관리할 본격 박물관이 없는 탓에 출토 유물의 거의 전량이 외지로 빠져나갔다. 그 수량은 대략 전체 출토 유물의 80%에 육박하는 4만7,000여 점이나 된다. 이 중에는 신암리유적의 덧무늬토기와 황성동유적의 이음식 낚시바늘 등 신석기유물을 비롯해 외광리유적의 동물무늬굽다리항아리, 대대리 하대유적의 청동솥, 중산동유적의 오리모양토기 등 보물급 유물이 다량 포함돼 있다. 게다가 간월사터와 장천사터, 운흥사터에서 나온 귀중한 불교 유물들도 김해와 동아대, 통도사 성보박물관 등으로 흘러간 상태다. 이처럼 지역 출토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중앙, 김해, 경주 등 3개 국립박물관과 영남지역 각 대학박물관 등 모두 24개 기관이나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울산박물관의 유물 확보 여건이 궁핍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과 실효성 있는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물론 박물관추진단에서도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추진단이 현재까지 마련한 대책은 지역 출토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과의 유물 대여 협의 추진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지금 가장 시급한 대책은 울산시가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귀속 문화재의 보관·관리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이다. 이와 함께 큐레이터 등 전문 인력과 전시·보관시설 확보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것만이 지역 매장문화재의 외지유출을 막는 동시에, 타향살이 중인 유물의 반환을 앞당기는 유일한 방책이다.
 지역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는 그 지역의 문화를 드러내는 인식표와 같은 것이다. 또 이를 공유하는 주민들 사이에 문화적 정체성을 갖게 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을 사회적으로 통합시키는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교육적 가치는 물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분명한 것은 매장문화재는 원출토지에서 보존·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외지로 흘러나간 향토 역사유물의 환수가 울산박물관의 성공적인 개관을 위한 첫 번째 과제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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