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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깊은 산골에 살고 있는 널 삼손이라 부르고 싶다
 힘이 우선이고, 헐크보다 더한 너의 근육질이 그랬고 매사 남에게 맘을 먼저 빼앗기는 걸 보면 영락없이 그렇다
 그런 너가 눈길에 갇혀 전화 하던 날 난 아득한 절망감을 느꼈다
 하동 최참판댁 근처 노가다 나간다는 기별은 반가웠지만 돈벌이보다 힘든 이 현실이 싫다고…
 왜 형은 전화 받지 않느냐고, 왜 나는 비빌 언덕조차 없느냐는 너 몸부림에 난, 너가 삼손처럼 머리카락이 잘린줄 알았다
 걱정마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단다 넌, 아직 죽지 않았으니 뭘 남길지 걱정거리라도 있지 않느냐
 섣불리 결단하지마라 눈오지 않는 도심에서 눈발 속에 갇혀 마당조차 나오지 못하는 너를 생각하면 너의 막걸리 한사발이 내겐 오히려 동경이다
 술 취하지 마라 널 약하게 하는 것이니
 지리산 삼손아
 이럴 땐 그윽하게 바라볼 뿐이고 거꾸로 너를 채찍질해야한다
 눈 녹으면 곧 봄이다 그때쯤이면 너 상처도 아물 것이지만 이 겨울, 차라리 동면이라도 하라
 

 

 

 □詩作노트…
 지리산 삼손에게의 H는 그림그리는 후배다.
 그가 울산을 떠나 지리산 산 속에 살림꾸리  고 사는 게 늘 안타까웠다. 그런 그가 삶의 무 게에 못이겨 유선으로 전해 오는 그 먹먹함이 란… 형으로서 선배로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하여 속죄하는 마음으 로 그에게 시를 바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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