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가 잘 아는 50대 초반의 중등학교 선생님 한 분이 관리직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던 길을 급선회하면서 수석교사의 길로 돌아섰다.
 학교의 모든 일에 열심이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기쁨과 보람으로 매진하였던,  관리직으로 가는 일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던 선생님의 갑작스런 방향전환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상황으로 다가와 한동안 어리둥절했었다.
 그때가 2009년이었으니, 선생님이 정부의 교육혁신위원회가 내 놓은 '교원정책 개선방안'의 일환인 '수석교사제' 도입을 위한 시범운영 원년의 선두주자가 된 사실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없는 새로운 제도에 자신의 남은 교육인생을 과감하게 던진 크나 큰 용기에 필자는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 
 관리직으로의 승진기회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승진을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승진하면 유능한 교원이고, 그렇지 못하면 무능한 교원이라고 치부되는 현실 앞에 선생님의 결단은 더 할 수없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를 위해 부는 나팔 없고, 기다리는 황금마차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없어도 날마다 쉴 줄 모른다는 헨리 반 다이크의 무명교사 예찬론을 들먹이기엔 비록 격세감(隔世感)이 있지만,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를 통하여 민주사회의 귀족적 반열에 오를만한 무명교사를 우대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청은 수석교사제의 도입과 함께 아주 시의적절한 정책적 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관리직으로의 승진기회를 버리고 선택한 수석교사의 길은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찬연한 햇살비치는 레드카펫 위를 보무도 당당히 걸어가는 영광된 선생님의 길이었으면 좋겠다는 여망과 함께 한편에 도사리고 있을 어렵고 힘든 많은 일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단위 학교의 수업장학과 코칭, 교육과정 · 교수학습 · 평가방법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 교내연수를 주도하고 신임교사를 지도하는 등 교과 수업지원 활동을 담당하고, 교원양성 연수기관에서의 강의와 같은 외부활동을 수행하는 역할들이 그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이 어렵고 힘든 역할을 수행하는 수석교사는 교과 및 수업의 전문성이 탁월해야 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동료교사와 공유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유능한 교사이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많은 교사들이 다투어 지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리트를 주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다.


 그러자면, 수석교사의 선발은 엄정하여야할 것이며, 선발된 수석교사에게는 '수석(首席)'이라는 말에 걸맞은 우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시범운영을 통하여 적출된 장단점을 토대로 수석교사제의 법제화에 따른 추진방향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다듬어가야 할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수석교사제가 빠른 시일 내에 법제화가 이루어져 우리의 교육 현장에도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려면, 아래와 같은 후속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우수한 교사들이 수석교사를 자원할 수 있는 충분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관리직에 상응하는 대우를 함으로써 대체승진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갖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는 수석교사의 직무영역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주고, 권한위임을 확대하여 인적 · 물적 지원체제를 강화하며, 수석교사들 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관리직 승진을 포기해야 하는 경직성으로 인해 수석교사의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을 막기 위하여 수석교사와 관리직 간에 상호교류를 허용하여, 순환인사를 터주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연구 활동비의 증액, 수업시수의 경감 등의 보상대책이 아우러지면 더욱 훌륭한 제도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리하여 '수석교사제' 라는 제도가 교단활동에 성실하게 헌신해온 교사들의 의욕을 높여주고, 사회적인 신뢰의 바탕위에 지위를 향상시켜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함으로써 공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시금석(試金石)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