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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위원장이 올해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 투쟁복 대신 재킷 차림으로 등장하고, 민노총의 국내 최대 단일사업장인 현대차지부가 노사 상생을 위한 '윈-윈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사 안팎으로부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동안의 민주노총 투쟁전력에 비춰 이들의 변신은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노조는 조합원 내부의 상당한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조합원 스스로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더욱이 투쟁적 관성에 젖어 있던 노동운동 1세대들이 거의 배제된 민노총의 신임 집행부도 이 같은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민노총의 새 수장으로 선출된 김영훈 위원장은 무(無)정파 출신으로 최연소 위원장이다. 올해 42세인 김 위원장은 민노총 내 온건파로 꼽히는 '국민파'의 조직적 지지를 받았지만, 본인은 정파에 직접 몸을 담지 않았다. 이 같은 이력으로 출범부터 기대를 모았던 김 위원장은 복장이나 기자회견 등 곳곳에서 전임 위원장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사관계학회 초청 만찬간담회에서는 "(민노총)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강경투쟁 기조의 민노총식 노동운동에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노동운동 현장에서는 이런 분위기와 달리 기존의 투쟁모드를 유지하고 있어, 민노총의 변화를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먼저 코오롱유화 울산공장이 110일 넘게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도 이에 맞서 지난 5일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등 노사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측은 "노조의 무기한 장기파업에 따라 위험물 취급 사업장에서 안전을 볼모로 하는 파업을 방치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파업가담 조합원 31명을 상대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러면서 노조와의 대화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7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가 앞에서는 성실교섭을 말하고 뒤로는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등 장기파업을 부추기고 있다"며 회사의 무성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들이 대거 위치한 경북 경주지역 소재 협력업체들이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서는 등 노사충돌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소속의 22개 사업장, 3300여명의 조합원은 8일 주간조 4시간 파업을 시작으로 오후2시 경주역에서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의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 수뇌부의 변화 몸짓과는 너무 다른 현장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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