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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자랑이자 한글의 현대화에 기틀을 다진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기념관이 드디어 문을 연다. 울산 중구는 최현배 선생의 옛 생가터인 동동 613번지 일원에 생가 3동을 복원하고 기념관 1동을 건설해 오는 23일 개관식을 연다고 한다. 선생의 훌륭한 뜻을 기리고 보전·발전하기 위한 염원들이 드디어 그 결실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울산 시민 모두가 개관식 날을 기다리고 있다. 최현배 선생의 업적이나 울산의 시세를 감안 하면 기념관 건립은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 선생의 생가가 복원되었고, 후손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될 기념관이 완공된 만큼 앞으로 그 활용이 문제다. 경제발전을 앞세워 공업도시로 성장한 울산이 문화의 불모지라는 명칭을 벗고 생태환경도시, 전통과 문화의 도시로 비상하는 이 시점에서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복원과 기념관 건립은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울산이 문화도시로 가는데 외솔기념관은 그 자체로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외솔기념관은 다른 전시관과는 달리 확보한 전시물품만도 엄청난 양에 달한다. 외솔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그동안 서울을 수십 차례 오르내리면서 유족과 외솔회와 한글학회 관계자를 만나 끈지게 설득한 결과 많은 유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번에 개관하는 기념관이 생각보다 전시공간이 턱없이 작아 개관과 함께 증축을 걱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동안 추진위와 유족의 노력으로 외솔 선생의 유품은 충분히 확보했다. 육필 원고와 벼루와 두루마기 등 유품에다 수많은 저서와 논문과 선생이 손수 모은 서적이 무려 수만권이나 된다. 희귀본도 상당량이다. 그러나 기념관이 비좁아 거의가 전시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고스란히 수장고에 쌓아둬야만 한다. 전시물품을 고려하지 않고 전시관 건립부터 해버린 결과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이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데 있다. 생가건립 당시 울산을 방문한 외솔회 등의 관계자가 기념관이 비좁다는 말을 했고 건립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제기됐다고 한다. 유족들이 선생의 분신을 고향에 보내기로 결정한 의미를 제대로 살린다면 이같은 일은 생기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울산에서 정작 전시물품을 충실하게 전시하지 못한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다. 이왕에 전시공간이 좁다면 내부공간을 활용해 전시품목이 수장고에서 먼지에 쌓이는 일을 막아야 한다. 관계자들의 적절한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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