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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만물을 소생시키는 생기의 계절이요, 희망의 계절이다. 이 화창한 봄날을 시새움하는 것이 꽃샘추위이다.
 이 꽃샘 추위처럼 생기와 희망에 넘친 이 도시의 거리를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난장판을 만드는 막강한 인위적 물리력이 있다.
 그것은 소위 '춘투'라고 하는 노동자들의 가두 시위이다.
 춘투는 붉은 띠를 이마에 매고 확성기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봄의 분위기를 망쳐놓는 일이다.
 생업에 바쁜 주변의 상가나 쉬고 있는 주민들의 소음 피해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울산은 예로부터 광활한 평야와 동남쪽의 바다 등 '산좋고 물좋은' 천혜의 조건으로,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하며 경치가 좋고 인심이 후한 고장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공해와 자연훼손으로 점철된 공업도시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울산의 '산좋고 물좋은' 인상은 점점 퇴색되어 갔다.
 지금은 울산시 공무원은 물론이요, 온 시민이 힘을 합쳐 공해도시의 오명을 씻고 생태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오고 수달이 살며 물고기들이 뛰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여 '태화강의 기적'이란 현상으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우리 울산은 환경 연구가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공업도시라는 선입견을 갖고 찾아온 국내외 방문객들은 모두 경이롭고 참신한 인상을 받았다며 이구동성으로 울산을 예찬한다.
 그러나 만약에 시청이나 각 지자체 청사 앞이나 거리를 가득 메우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위대를 본다면 그들은 또 무엇을 느낄 것인가.
 붉은 띠의 노동자 행렬은 그들의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울산의 인상이 될 것이다.
 울산은 지금 행복도시를 염원하고 있다.
 봄날에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듯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행복도시 울산에 걸림돌이 국내외에 이름난 현대자동차의 빈번한 파업이다.
 작년에 열세번 파업한 현대차는 지난 2울까지 미국 판매 실적이 3.1% 줄었고 미국 현지 공장 주변에는 안팔린 자동차 10만대 가량이 주차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멈춰서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간부와 그 가족들을 현지에 데리고 가서 팔지 못한 현대차 10여만대가 폐차처럼 비바람을 맞고 방치되어 있는 앨라배마 공장을 관광시킨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라고 중앙의 한 일간신문은 힐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계속 진행되는 한, 우리 울산이 행복도시를 구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동차 한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GM이나 포드, 도요타, 혼다 등에 비해서 현대차는 10시간이나 넘게 걸린다는데 파업을 하면서 언제 그들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노동자가 노동조건인 임금이나 노동시간 등을 정당하게 해결하기 위해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법적 한계를 넘어서서 인사, 관리, 기술경영에까지 무소불위로 관여할 때 그것은 이미 노동조합의 본래 의미를 상실한다.
 신성한 노동은 변질되고 양심적이고 성실한 노동자마저 피해를 보고 만다.
 노동이 타락할 때 아무도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노동자 없는 기업이 살 수 없듯이 기없이 죽는데 노동자만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보금자리다. 보금자리가 부서지는데 그 속에 담긴 알이 온전할 리가 없다. 자본도 기술도 없는데 노동자만이 기업을 일으킬 수 있는가.
 자본가도 전문경영인도 노동자도 다 함께 화합하여 자기 본분을 지키며 양심과 성실을 다 할 때 기업이 살고 노동자가 사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춘투는 꽃샘추위이다."
 파업이 잦을수록 행복도시 울산은 멀어진다. 이 화창한 봄날에 다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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