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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노조가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라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38%에 그쳐 부결 처리했다. 파업실시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서 40%를 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현대차노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초에 시작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과 관련한 특별단체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노동기본권확보 차원에서 28일 파업을 하기로 결정, 이를 산하 사업장별로 찬반투표에 붙였다. 그러나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사업장인 현대차노조가 파업을 부결시킴에 따라 파업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어렵게 찬성이 50%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파업 결행은 현대차노조와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금속노조의 지침에는 순응, 파업을 가결했다고 해서 당장 파업에 동참한다고 보기는 이르다. 현대차노조가 이처럼 전례 없이 낮은 찬성률로 파업을 부결시키게 된 것은 조합원 정서를 살피지 않은 채 금속노조의 지침만을 믿고 찬반투표를 강행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또 정부가 이번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외부적 요인도 조합원 표심에 작용했다.
 특히 올해 임금협상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현대차노조로서 임금투쟁이 아닌 정치파업부터 먼저 들고 나온다는 데 대한 조합원들의 반감이 더욱 강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내년 3월말까지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이슈로 내건 금속노조의 파업 목적에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파업을 해야만 할 이유를 딱히 찾을 수 없었다는 상황논리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게다가 파업 부결과 전례 없는 찬성률로 금속노조의 지침이 좌절된 배경에는 온건노선의 집행부가 들어섰다는 점과 이를 중심으로 조합원들 사이에 합리적인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를 바라는 정서가 폭 넓게 작용했다. 언제까지 실익도 명분도 없는 파업대열에 동참할 수 없다는 각성이다. 현대차지부 역시 과거처럼 파업을 묻는 찬반투표를 앞두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순전히 조합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 찬성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합원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는 또 달라질 수 있었다. 투쟁일변도, 조합중심의 노조 운영을 지양하고 조합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노조운동을 하겠다는 집행부의 의지가 이번 투표결과에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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