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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치가 언제부터 예측불허로 갔는지를 되짚어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제15대 대통령선거 이전, 14대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 국민들은 대선에 누구누구가 나오고, 이변이 없는 한 여당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고 추측을 했다. 지지후보가 뚜렷한 일부 유권자들을 제하고 나면, 대선은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때까지는 거의 대부분 여당 후보가 압승을 했고 일반 국민들은 이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이 흐름이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지난 16대 대통령선거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16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선거일을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때까지 당선자를 가려내지 못할 만큼 더욱 오리무중이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한층 더 추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의 예비후보는 소위 '빅2'로 대충 윤곽을 잡아가고 있지만 나머지 정당들에서는 누가 될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예비후보니, 잠룡이니 하는 주자들이 무려 10명도 넘는 판에 누가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데도 대선 일정은 벌써 시작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23일부터 시작되는 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다. 그런데 이날 예비후보등록을 과연 몇 명이나 할지가 미지수다. 경쟁구도가 뚜렷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비교적 예비후보 등록에 적극적인 편이지만, 아직 경선판 자체가 모호한 범여권 주자들은 주저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중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이 예비후보 등록에 가장 열의를 보이고 있는 반면,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는 다소 부정적이어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고, 고진화(高鎭和) 의원측은 "23일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전 의장,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 김혁규(金爀珪) 의원, 민생정치모임 천정배(千正培) 의원 중 누구도 선뜻 후보등록을 하겠다는 이들이 없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측도 "23일 이후에라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검토해보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내부 사정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민은 예측 가능한 정치를 바란다. 대권도전에 뜻을 갖고 있다면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것이 예의다. 예비후보 등록에 따른 득실 계산은 다음이다. 그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재미를 붙이지 않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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