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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경을 근간으로 했다. 양력을 사용한 이후에도 음력을 병용하고 있는 것 역시 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음력을 보고 있으면 농작물의 파종에서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갖가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어서다. 음력에는 곧 우리 조상들의 오랜 농정경험이 녹아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금지옥엽 해 왔던 음력까지 무용지물이 되어 가는 판이다. 울산기상대와 울산농업기술센터가 밝힌 울산지역의 봄꽃과 각종 유실수의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평균 보름 정도 앞당겨졌다. 뿐만 아니라 농작물관리와 지도를 위한 그간의 지침도 전면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실제 있는지는 모르지만 농작물 지도달력이 있다면, 완전히 뜯어 고치지 않고는 지금의 이상기온에 대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올해 울산지역의 1월과 2월의 평균기온은 각각 4.8도와 7.1도로, 평년보다 3.2~3.6도나 높았다. 빙하기 이후 지구의 기온이 1도 변하는데 수백 년이 걸렸던 점에 비춰보면 이는 경악할 속도가 아니다. 육상의 1도 차이는. 해수온도를 기준으로 할 경우 더욱 엄청난 생태계 변화를 예고하는 부분이다.
 해수온도는 단순히 바다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육상에도 바람을 비롯한 각종 기후변화를 몰고 온다. 태풍의 내습이 잦아질 것은 물론, 이상난동도 부쩍 늘어나게 됐다. 이런 기후변화로 꽃들이 시도 때도 없이 피는가 하면, 겨울잠을 자야 할 곰이 어슬렁거리다 굶어죽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예년이면 지금이 한창일 울산의 벚꽃이 벌써 지고 있다. 개나리는 이미 잎이 무성하다. 매화와 진달래도 마찬가지다. 특히 울산의 배꽃도 예년보다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15일 가량 앞당겨 꽃망울을 터뜨렸다. 농민들은 배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즉 꽃이 피었는데도 벌이 제때 찾아들지 않아 착과에 필요한 수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냉해 피해도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너무 일찍 개화했다 꽃샘추위라도 닥친다면 영락없이 시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농사가 천하지본이던 시절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직 농업은 우리 생활에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때문에 울산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한 농정관련 부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비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먼저 달라진 작목별 개화시기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이를 근간으로 작물재배에 다른 지도안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상기온과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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