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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있고, 하기 싫은 말이 있다. 하기 싫은 말은 간신히 또는 억지로 할 때가 있다. 최근에'소리 지르면 건강해 진다'는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필자도 언급하기 싫은 말 중에 하나가 '자살'이라는 말이다. 우스운 말이지만 교회에 등록하는 사람 중에 누구의 전도가 아닌 스스로 온 사람을 표시할 때 '자진(自進)'이라는 표현을 쓰다가 그 말의 한자어 가운데 자살과 같은 의미의 '자진(自盡)'이 있어서 '스스로'라는 용어를 쓰고 있기도 할 정도로 회피하고 싶은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현실은 이제 이 주제를 덮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병리현상(社會病理現想)이 되어 있다. 이 글이 자살에 관해 '자살하지 말고 살자'라고 외치는 작은 소리가 되어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곳곳에서 너무 자주 자살에 관한 소식은 넘쳐나고, 자살에 대한 예방은 희귀한 때가 되었다. 의학에는 육체에 관한 예방의학이 있는데, 정신질환과 상당부분 상관이 있는 자살에는 예방자살이 불가능한 것인가? '자살에는 치료가 없다.' 고로 예방만이 유일하고도 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에 대한 무지와 사회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정치인이나 경제인 또는 교육자들의 자살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고,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줄을 이었다. 2005년 2월에 영화배우 이은주926) 씨, 2007년 1월에 가수 유니(26) 씨, 지난 2월에 천사표 미소로 각인된 탤런트 정다빈 씨(27세), 같은 달에 일본의 인기 아나운서 오오스기 기미에(43세)등을 꼽을 수 있다. 앞의 세 사람 모두 크리스찬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드러나게 또는 드러나지 않게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이혼률은 세계 2위이지만, 교통사고와 40대 사망률에 이어서 자살률은 세계 1위를 하고 있다. 연 1만 2천 명을 넘어서 매일 평균 33명이 자살하고 있어서, 통계적으로는 44분에 1명꼴이 된다. 이 정도면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만하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자면 이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반복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수요예배 시간에 가정사역에 관한 설교 중에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가 그 이야기로 끝을 낸 적이 있다. 필요가 이끌어간 설교였다고 회고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인간 만사가 외로움의 문제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신이 세상을 살 이유와 힘을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은 극단적인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자살 사망의 80% 정도는 우울증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20%는 충동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나 통계청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었고, 10대는 자살이 2위라는데 깊은 관심과 제어장치가 필요하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살하는 최고령사회는 암울하지 않은가! 이러한 때에 미담도 들려온다. 역시 지난 2월에 창원 지방법원 315호에서는 카드 빚 3000만원을 갚지 못해 진해 시내 한 여인숙에서 자살하기 위해 방화했다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되어서 재판을 받던 중 재판장인 문형배 판사가 피고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10번 되뇌이게 하고는 '자살'이 '살자'로 들리지 않느냐고 깨우쳐 주고 형량을 낮게 판결하고 새롭게 살도록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판사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지만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무관심이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는 우울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자살로 이어지는 일들에 방임한다면 우리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같은 버스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교회적으로는 고난주간을 지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주일을 맞이하는 때이다. 죽음의 문화를 폐기하고 생명의 문화를 심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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