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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의 고용보장만을 요구하다 보니 우리 젊은이들이 들어갈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 아닙니까"
 언젠가 대학생들과의 모임에서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던진 말이다. 노동조합이 임금인상과 고용보장만을 위한 투쟁을 하다 보니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들어갈 신규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나름의 논리다. 단순한 논리지만 그들에겐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있어 순간 말문이 막힌 적이 있다. 그 만큼 젊은이들이 들어 갈 일자리가 적다는 사실이다.
 기업마다 경기침체와 투자억제 등으로 신규 채용을 억제하면서 청년층의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들 한다. 정부의 대책 또한 실효성 없는 일회성 대책에 머물다 보니 실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들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캥거루족(취직을 하지않고 부모에 얹혀사는 젊은이),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이 백수), 모라토리엄족(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란 신조어가 이젠 익숙하게 다가오는 만큼 청년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대졸(전문대 포함) 취업률이 74.1%로 최근 10년이내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청년 실업률이 이미 평균 실업률의 두배에 달했고, 청년 실업자만도 100만명에 육박했다는 현실에서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제조업 보다는 서비스업종에 집중되어 있는데다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 비중이 월등히 높아 또다시 실업자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아 결코 반갑지 만은 않은 소식이다.
 얼마전 한국노총은 '대학생의 의식변화 설문조사 보고와 대학생이 바라보는 노동운동에 대한 토론회'를 가진 바 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시각을 통해 노동운동의 현재 모습과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자리였다.
 예비노동자인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노동운동은 지난 90년대와 많은 시각차를 보였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80~90년대의 이념과 이상보다는 노동자들을 위한 실리를 확대하고 무조건적인 대결과 투쟁보다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조합원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조건 개선위주의 실리적 노동조합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 조사 결과였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75.6%가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필요없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해 압도적인 다수가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학생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의식속에는 노동운동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만큼이나 현실적인 문제인 일자리 찾기에는 노동조합의 고용보장 투쟁이 달갑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고용을 보장받는 것은 당연한 투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노동운동도 이들 젊은이들의 고용과 일자리 창출을 함께 고민하고 일자리 창출의 주도세력으로 나설 때 만이 국민들로 부터 박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온 것 같다. 노동운동도 이제는 노동자만의 운동이 아니라 예비노동자들인 젊은이들이 찾고 싶은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요구해야만 한다. 기업에게도 경영악화의 타개책으로 긴축경영과 인위적 구조조정 보다는 보다 많은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로 삼도록 요구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사회적 책임일 것이다. 노동운동의 미래는 이들 젊은이들이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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