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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그동안 학교문제에 있어서만큼 관대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유교적 훈육 영향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체적으로 처리해 줄 것을 기대했고, 실제 행동도 그랬다. 더욱이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모든 것을 학교와 선생님에게 일임하는 것이 우리의 관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관습과 믿음이 언제부턴가 밑둥치부터 흔들리고 있다. 학부모가 학교를 뻔질나게 들락거리고, 아이들은 이런 부모들의 역성을 방패삼아 안하무인으로 굴고 있다. 특히 돈푼이나 있고 사회적으로 행세깨나 한다는 부모들의 학습권간섭은 상식을 넘고 있다. 세상에 제 아이 귀하지 않은 부모가 없다. 그런데도 유별스럽게 구는 부모들을 대하고 있으면, 집에서나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킬지 의심스럽다는 교사들의 푸념이다. 교사에게 제 아이를 특별히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쩌다 제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일어나면 득달같이 학교로 달려와 삿대질을 하거나 쌍소리를 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런가 하면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아예 또래 대하듯이 한다. 선생님의 지시나 가르침을 잔소리로 알고 대들지를 않나, 심한 경우는 선생님을 처벌해 달라고 사법기관에 고소까지 하는 세상이다.
 이래 가지고 교권을 어떻게 세울 수 있겠는가. 또래들끼리는 치고받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제지하는 선생님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든다면 이는 막가자는 것이다. 또 이를 트집 잡는 부모들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던 모른 척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교권포기가 만연해 있다. 어차피 바로잡을 수 없을 바에야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보신이다. 이런 차제에 서울시교육청이 13일 오전 송파구 방이동 보성고 강당에서 서울 시내 각 학교 교감과 생활지도부장, 학부모, 학생, 경찰 등 67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4無 운동 실천 결의대회'를 열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4無 운동'이란 학교폭력 가운데 가장 폐해가 심각한 폭행, 따돌림, 성폭력, 협박 등 4가지 학원 문제를 예방하고 근절하는 데 목표를 둔 캠페인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학교 폭력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치명적 상처가 된다.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사회 인식의 부족으로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이번 결의 대회가 근절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다짐과 캠페인에 앞서 교사가 교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다. 교사가 교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간다면 이 사회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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