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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돼지의 해라고 잔뜩 들뜨게 했던 연초가 지나고 한 해의 중심으로 가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과연 올 한해 운세가 예상대로 되고 있는가에 대해 점검해보는 것이 우리의 오랜 관성이다. 대충 윤곽을 알 수 있을 때가 되어서다. 지금까지 별 좋은 징조도 없이 그저 그렇다면, 신년운세 역시 별 볼일 없는, 그렇고 그런 말장난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 이는 정초의 흐름이 한 해를 관통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보다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다는 믿음이 더 크다. 그런데 올해는 뭔가 모르지만 시작부터 술술 풀려가는 느낌이다.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한을 포함한 6자 회담이 2.13 합의로 급진전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부동산시장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아파트 매매가가 눈에 띄게 주춤하고,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서는 빠르게 거품이 빠지고 있다. 특히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왔던 산불의 망령이 올해는 그 어느 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잠잠하다. 우리 산야를 집어삼킬 듯이 맹위를 떨치던 대형 산불이 올해는 단 한 건도 기록되지 않았다. 여기다 15일부터 시작된 단비는 전국을 넉넉하게 적시고도 남았다. 울산만 하더라도 이틀간 내린 비가 20㎜를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울산의 봄철 산불은 완전히 한 고비를 넘긴 것과 함께 공무원들의 산불 비상근무도 해제되게 됐다. 이에 앞서도 울산의 올해 산불은 예년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올 연초부터 4월16일 현재까지 발생한 울산지역의 산불건수와 피해면적을 비교하면 지난해 34건 15.15㏊에서 25건 8.13㏊로 주는 등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들어 지난해보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연소물질이 크게 줄어들어 산불예방에 효과를 주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해마다 1년 중 산불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식목일(4월 5일)을 전후, 산불 총력 대응기간(3월 30일-4월 15일)으로 정해 산불방지역량을 집중해 왔으나 올해 해당 기간 중 산불은 57건 발생, 피해면적은 33.92㏊에 그쳤다. 이는 1건 당 피해면적이 0.6㏊에 불과한 것으로 대부분 산불이 발화 이후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고 초기에 진화된 것을 의미한다. 예년에 비해 발생건수도 줄었지만 건당 피해 면적에 있어서는 괄목할 만큼 개선됐다. 여기에는 장비 및 인력을 확충한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 산불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면서 실화에 의한 산불이 크게 감소한 것이 보다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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