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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도시' 울산에서 고래고기 음식점이 사상 처음으로 100곳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3.7배나 급증한 것이다. 고래 포획이 불법인 우리나라에서 고래고기 음식점 증가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그만큼 불법 포획과 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고래고기 불법 포획실태와 이들의 불법유통에 따른 식품 안전성 등을 긴급 진단해 본다.

 

   고래고기 식당 100곳 돌파…1년새 370% 늘어
   혼획·자연사 한계…시중엔 대부분 불법 유통
   비위생적·수은오염도 높아 수요자 안전 위협
   전통식문화 인정 정부차원 합법 근거 마련을

 

 

 # 고래고기 음식점 100곳 돌파…대부분 불법유통


 

 11일 울산시 남구청과 고래문화보존회 등에 따르면 최근 고래고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음식점이 울산에서 100곳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7월 27곳에 비해 1년 사이 무려 370%나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고래고기 전문음식점의 급증은 고래고기 음식점에서 불법 유통되는 밍크고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밍크고래는 현재 포획이 금지돼 있으며 바다에서 혼획(그물에 우연히 걸림) 또는 좌초(죽거나 다쳐 바다에 떠다님)된 고래만 적법한 경매 과정을 거쳐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올 상반기 혼획 또는 좌초된 밍크고래 수는 50마리 정도로 극히 적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는 대부분 불법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울산 앞바다 등 동해안에서는 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해체해 운반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울산 울주군 온산항에 입항한 5톤급 연안 자망어선 등 소형어선 두 척이 갑판 아래 선창에 해체된 상태의 고래고기 약 1톤을 숨겨 들여오다 울산해경에 적발됐다.
 같은 달 6일에도 동해상에서 고래 불법포획 어선으로부터 해체 상태의 밍크고래 1마리(60자루)를 넘겨받은 뒤 모터보트를 이용해 육지로 옮겨와 차량으로 운반하려던 혐의로 홍모(28)씨가 해경에 붙잡혔다.
 또 불법 유통되는 고래 가격이 정상가보다 저렴한 것도 고래고기 전문음식점 급증을 부추키고 있다. 적법하게 유통되는 밍크고래(몸길이 6m 기준)는 보통 경매를 통해 2,500만원 가량에 팔리지만 불법 유통되는 고래는 1,500만~1,600만원으로, 정상가보다 40% 가량 저렴하다.


 # 불법 유통 고래고기 안전한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고단백 영양식품인 고래고기는 독특한 식감으로 미식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고래잡이가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는 1인분을 기준으로 한 접시에 3~4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한 음식이다.
 그러나 고래 식용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고래는 먹이사슬 최상위에 속해 수은·카드뮴·납 같은 중금속 뿐만 아니라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과 다이옥신 등 각종 화학물질을 축적하고 있을 우려가 크다.


 지난 2005년 환경연합이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고래류 고기 상당 부분이 인체에 해로운 수은에 오염돼 있다. 환경연합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의 지원으로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고래류 고기의 수은 분석을 실시했는데 울산과 포항 등지의 고래고기 시장과 식당에서 구입한 113개의 고래류 고기 샘플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고래류 고기 샘플의 평균 총수은 오염치가 3.51ppm에 달했다. 분석 대상의 57%인 64개의 고래류 고기가 0.5ppm 이상의 수은에 오염됐으며, 이 가운데 36건은 1ppm 이상이었다. 또 총 수은 오염도가 2ppm을 초과하는 고래류 고기도 18건이나 있었고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불법 유통 고래고기는 불법해체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식품에 대한 안전성을 더욱 신뢰할 수 없다. 게다가 국내에는 아직 고래고기 속 수은 등 고래에 대한 어떠한 규제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 대책은 없나


 이처럼 불법 유통되는 고래고기에 대해 안전성이 우려되자 불법 유통을 근절하고 고래고기 식문화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포획과 불법유통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래고기 전문음식점 업주 A씨는 "고래는 우리나라 특히 울산 등 동해안 지방 사람들이 예로부터 먹어온 전통 음식"이라며 "고래를 잡는 것을 합법화하지 않으면 고래고기를 먹는 모든 시민들이 사실상 범법자가 되는 것으로 고래고기 식문화는 강제로 끊는다고 끊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가 우선 나서서 고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고래와 관련된 애매한 범법자들의 양산을 막는 첩경"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래고기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 포획에 대한 더욱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면서도 "고래고기 식용안전성이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만큼 정부가 지금이라도 당장 유통중인 고래류 고기 안전성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us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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