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광역시가 자유무역지역 지정에 목을 매달고 있다. 나라 안에서 입지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울산 안에서도 지역간에 장소경쟁을 놓고 벼랑 끝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울주군과 북구가 국제외고를 유치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앞서 혁신도시 유치전에서는 중구가 승리를 거두었다. 이 모두가 향후 먹고 살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먹고 사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되면 실업과 경제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한때 신발산업과 섬유산업 덕분에 잘 나가던 부산과 대구의 어려움이 타산지석이다. 울산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경제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앞날의 운명을 기약할 수 없다. 일부 공장이 울산을 떠난 사실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되리라. 경제활동의 기둥인 기업이란 근본적으로 이익을 좇게 마련이고, 당연히 유리한 환경에서 생산활동을 하려 한다. 그래서 기업이 매력을 가질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뒤 남 다르다는 점을 알리는 판촉에 나선다. 그것이 바로 장소 만들기(Place-Making)이고, 장소 마케팅(Place-Marketing)이다.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장소 만들기와 장소 마케팅의 무한경쟁이 불붙고 있다.
 울산은 어떤가. 지금까지는 자체 노력보다는 별 힘을 들이지 않고, 정부에 의해 큰 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1962년 정부가 중화학공단으로 조성해준 덕분에 그 어렵다는 IMF 시절도 별 탈 없이 넘기고, 그런대로 여유 있는 생활을 꾸리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이제는 울산만 혜택을 받기가 힘들다. 울산이 설령 나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줄 수가 없다. 다른 지역의 견제가 만만찮고, 시대상황도 특정 지역에만 혜택을 줄 수가 없게 되었다. 혁신도시가 나라 안 각 지역에 골고루 배분된 것을 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울산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화 초기에 최초의 공단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불리한 점도 적잖다. 큰 약점의 하나가 신기술업종이 입지하기에는 유리하지 않은 공단이라는 점일 것이다. 울산시의 정책도 신산업단지 만들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신산업단지를 시급히 만들어야만 한다. 다음은 고용창출을 비롯한 파급효과가 큰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3대 업종의 부침에 따라 너무 요동친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특정 기업의 파업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았음이 증명하고 있다. 업종의 외연을 넓혀 나가는 등의 울산시의 발빠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성공한 장소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신산업단지와 연구기관의 유치만으로 결코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의 장소 만들기 전략이 필수적이다. 삶의 질이 담보된 도시로 장소 만들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단 조성 이후 경제적으로는 풍족해졌지만,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하지 못해 기형적인 도시로 급성장해 온 사실에서 익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도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여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울산시가 공들이고 있는 친환경생태도시 만들기이다. 공해의 대명사 울산의 소생이 친환경생태도시에 있음을 간파한 울산시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그러나  태화강 일변도에서 벗어나 문수산을 비롯한 울산을 상징하는 다른 자연생태계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또 고래와 옹기, 울주7봉도 콘텐츠를 제대로 개발만 하면 장소 마케팅 전략상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거듭 강조하건대 울산의 풍족한 미래를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외연을 넓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치중해온 산업용 일변도의 장소 만들기와 마케팅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의 품질을 좌우하는 문화인프라 구축에 눈을 돌려야 한다. 앞으로는 산업용 입지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더라도, 삶의 질을 담보해주지 않는 곳이라면 고객인 기업이 결코 찾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장소 마케팅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울산도 문화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명품도시로 태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풍족한 미래는 마음 먹기에 달려 있고, 실천하기 나름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