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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5 재보선으로 불거진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분란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가 됐다. 아니 이제는 더 이상 '화합'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담기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언제 깨어질지 모를 살벌함까지 묻어나고 있다. 당 대표의 중재로 빅2인 이명박과 박근혜가 자리를 나란히 할 때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서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회합을 마치고 나온 이들은 포즈를 취해 달라는 카메라 기자들의 요구까지 묵살한 채 서로 인사도 없이 고개를 돌려 회담장을 빠져 나갔다. 그러고서 양 진영은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당을 전례 없는 내홍에 몰아넣고 있다.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의 존립 취지가 무색한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지방에선 한술 더 떠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명박 진영의 김철욱 울산시의회 의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4선 시의원이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울산경선대책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철욱 의장은 7일 아예 작심하고 정갑윤 울산시 당 위원장을 공격했다. 그는 이날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시당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며, 시당 위원장을 사퇴하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어 "지역의 다른 국회의원들은 공사석에서 특정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도 오히려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시당 위원장이 그렇게 처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개인적으로나 한나라당을 위해서라도 시당 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벌써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실시됐던 여론조사 공표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이날 회견에 앞서 배포한 '당심을 왜곡하지 말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정 의원이 당원 여론조사 결과 울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다소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는데 "이는 당심을 호도한 것"이라며 여론조사 의뢰 주체와 조사시점, 내용과 방법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에 대한 김 의장의 주장을 백번 양보해 그렇다 치자, 그럼 김 의장은 또 무엇인가. 현역 시의회 수장의 신분으로 경선에 나설 특정후보의 울산경선대책본부장직을 맡은 처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빅2 대선주자 중 한쪽에 쏠려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처럼 재선의 시당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은 너무 용감(?)할 뿐 아니라, 당내 화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처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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