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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경북 영천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연일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온이다. 울산의 이날 낮 최고 기온도 29.8도로 30도에 거의 육박했다. 백화점이나 시장 매장마다 봄 상품은 벌써 철수되고 여름상품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냉난방 제품은 지금이 성수기라 할 정도로 고객들의 발길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날씨만큼이나 여름을 실감케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빙과류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등 완연한 여름이다. 4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을 최고의 자랑으로 삼아왔던 우리 한반도가 이제 봄, 가을은 있는 둥 마는 둥 잠시 지나가는 양념으로 전락했다. 긴 겨울과 긴 여름만이 존재할 뿐이다. 기상대는 앞으로도 이 같은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5월초부터 에어컨을 가동하는 가정과 점포가 늘어나고 영업 전략도 두 계절에 집중하는 등 달라진 기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에어컨판매 업소는 물건이 없어 못 팔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또 성수기가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한다는 알뜰가정까지 뒷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런 날씨가 앞으로도 고착화되거나 오히려 더 심화될 것에 대비, 연중 사업계획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사업장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실시하는 하계휴가 일정을 한 달 앞으로 당기는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울산지역 대기업의 모 후생복지 담당자는 "사실 하계휴가가 끝나고 나면 여름도 끝나는 것은 뭔가 맞지 않다"면서 "더욱이 짧은 휴가 일정을 맞추기도 여간 힘 드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 기간을 길게 한다면 인력관리에도 한결 용이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수욕장이나 주요 피서지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하계휴가를 겨냥, 개장을 하고도 한참 동안 파리를 날리고 있었는데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의 하계휴가가 앞당겨진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수은주가 치솟자 시민들은 거리 외출을 삼가고 도심 유원지의 나무 그늘과 분수대,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으로 몰려 낮 더위를 피하는 5월초가 아닌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빨라도 너무 빨라 현기증마저 일어나고 있다. 지금의 날씨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날씨 타령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용시용활(用時用活)로 시중(時中)을 잡아야 하는 것은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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