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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땅이 온통 초록색으로 넘실대고 있다. 그래서 5월은 만물이 약동하는 젊음의 계절이다. 그런 5월의 싱그러움이 울산을 더욱 생동감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그동안 줄곧 회색으로 상징되던 울산이 모처럼 초록의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 싱싱한 희망의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하다. 실로 오랜만의 탈바꿈이다. 바로 거기엔 초록색으로 상징되는 에코폴리스, 즉 환경생태도시를 만들고 있는 울산시의 노고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노고를 모르는 시민들은 없다. 그러나 가슴 한쪽은 쓰리고, 울화까지 치민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뜻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를 가감없이 전하는 것이다. 회색도시에서 초록도시로 탈바꿈 시키느라 애쓰고 있는 울산시에 딴지를 걸고자 함은 아니다.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드는 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런 나쁜 심보를 갖고 있다면 시민자격도 없다.
 울산시가 태화강에만 올인하는 태도가 결코 올바르지 않다는 데에 있다. 태화강 못잖게 중요한 게 한, 둘이 아닌데  아예 딴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에코폴리스를 만드는 데에 태화강에 맞먹을 만큼 중요한 문수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심 도로만 보면 잘 알 수 있다. 온통 '태화강 물축제'를 알리는 배너깃발 일색이다. 자꾸만 죽음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는 문수산은 관심 밖이다. 정녕 이럴 순 없다. 새삼 들먹일 필요는 없지만, 문수산이 어떤 산인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있어야 할 산이 아니다.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울산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터전이다. 높이는 599m에 불과하지만, 사방으로 뻗은 주변지역은 꽤 넓다. 가까이에 태화강이 흐르고 있다. 고대 울산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북쪽 기슭인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에 삼한시대 때 진한의 부족연맹인 굴아화촌이 있었다. 이 마을은 통일신라 초기에는 하곡현으로 성장하고, 울산의 중심지가 되었다. 문수산에는 울산의 9대 거찰 가운데 세 곳이나 자리잡고 있었다. 불교문화의 성지로 정신적인 안식처였다. 그래서 민족 고전인 '삼국유사'에 실린 울산 기록 네 가지가 모두 문수산과 관련된 것이다. 문수산이 바로 울산의 절대적인 상징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런 문수산이 지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수산 권역 가운데 가장 심하게 망가지고 있는 곳이 북쪽 기슭이다. 바로 울산의 근원이었던 굴아화촌이 자리잡았던 범서읍 굴화리 일대. 동문건설이 47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며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내고, 산자락을 대대적으로 허물고 있다.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하는 일이란다. 규정을 어떻게 적용해서 허가를 내주었는지, 그리고 그 규정이란 게 산을 대대적으로 망가뜨려 아파트를 지어도 괜찮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요지경이다. 
 이 곳만이 아니다. 청량면 율리 영해마을과 청송마을을 비롯한 곳곳에 음식점이 들어서고 있다. 수년래 천정부지로 늘었다. 그것도 모자란 듯 굿당까지 들어서 있다. 역시 어떻게 허가를 받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도나도 합법을 빌미로 망가뜨리고 있다. 도심에 있는 남산이 무차별로 망가진 것도 모자라서 이제 문수산까지 망가지게 하고 있다. 문수산은 벌써 영산(靈山)으로서의 품격을 잃고, 앙상하고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누굴 나무랄 것인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울산시민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라도 마음을 모아 보호의 손길을 뻗쳐야만 한다. 더 이상의 추한 모습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시급한 게 울산시의 태도변화이다. 언제까지 태화강에만 올인할 것인가? '태화강관리단'이란 기구까지 만들고 혈세를 쏟아붓는 정도는 아니라도 결단코 모르쇠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건 직무유기이다. 태화강에 쏟은 10분의 1 만큼의 관심만 보였다면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력히 주문한다. 최근들어 문수산에 제대로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먼저 문수산의 실태파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에코폴리스는 울산의 필수사항이다. 지고지선이다. 동서고금이 증명하듯 생태계의 복원은 산과 강이 동시에 살아나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태화강만 살아난다고 해서 에코폴리스가 완성되질 않는다. 선현의 말씀대로 '산이 살아야 강이 살 수 있다'. 산이 살아나야만 그 품안에 강을 살릴 물을 비롯한 여러 자원을 넉넉하게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상징 태화강과 문수산이 함께 건강하게 되살아날 때 세계로 뻗어나갈 '에코폴리스 울산'은 꼭 이룩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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