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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춘풍에 돛 단 듯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故)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20억원 이상에 낙찰되는가 하면 생존해 있는 여류화가 천경자 화백의 작품도 10억원대를 웃도는 등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한 일반인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미술품이 새로운 재산증식 방법으로 자리매김 되는 추세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 신인작가 등용문인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둘러싼 뇌물 사건이 터져 미술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마저 보일 정도로 우리 미술계의 비리는 만연해 있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제자와 후배로부터 금품을 받고 이들의 작품을 2006년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상시켜준 혐의로 당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었던 하모(54)씨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입상비리에 관여한 조모(60)씨 등 심사위원과 협회 간부, 작가 등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미술대전 관련 외에도 미술협회 이사장 부정선거 혐의로 현 이사장 노모(67)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등 파장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수법과 금액도 예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시전잡배 수준이다. 돈을 받은 심사위원들이 합숙까지 하면서 작품사진들을 외우게 해서 특선에 입상시켜준 혐의다. 그런가 하면 중견작가가 돈을 받고 미술대전 출품작품을 대신 그려준 사례도 적발됐다. 이들이 그 대가로 받은 금액도 적게는 300~ 500만원, 많게는 1000만~ 2000만원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심지어는 지인의 작품이 1차 심사에서 떨어진 사실을 알고 곧바로 심사위원들을 찾아가 "특선시키라"고 압력을 행사, 특선에 추가로 끼워 넣은 혐의도 받고 있다. 미술대전 등 주요 행사를 주관하는 미술협회 이사장선거를 둘러싼 비리도 이번 수사에서 포착됐다. 현직 이사장 노모(67)씨는 작년 연말 선거에서 작품 발표실적이 부족한 자격미달자 수 백 명을 신입회원으로 가입시킨 후 투표에 참여시켜 자신을 찍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쯤 되면 구린내가 진동하는 미술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대회명만 빼고 전부 바꾸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참신하고 자질 있는 미술 학도를 발굴하는데 목적이 있는 미술대전이 이런 비리로 얼룩져 있어 예초부터 공정한 게임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술품의 가치를 뒤늦게 깨닫고 이를 소장하려는 애호가들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이라, 이번 사건은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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