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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말 이 작품은 이윤택에게 '문화게릴라'란 별명을 붙여주었고, 변방에서 중앙무대에 입성해 그를 주목하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존의 연극성을 거부하고 이윤택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와 배우들의 연기와 화법으로 기존 연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연극성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진지한 사유의 토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작품의 주인공 '시민K'는 80년대 언론사 통폐합과 숙정, 그리고 민주언론 쟁취를 위한 투쟁의 역사현실 속에 내던져진 신문기자로 설정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자유일보'는 폐간의 운명에 처해지고, 극적 갈등이 전개된다.
 다음은 작품의 갈등구조가 만들어져 가는 장면 중 한 부분.
 [혁명적 지식이 시민K에게 말한다] 선배의 글에는 역사의식이 없어요. 그 덜떨어진 모더니스트의 잔재를 청산하지 않는 한 선배는 기회주의적 지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어요.
 [시민K의 상대주의적 항변] 그럼 너는 누구냐? 너는 반체제냐, 혁명적 지식이 왜 학생들과 거리에서 스크람을 짜지 않고 관제 언론에 빌붙어 있냐. 이 자식아, 너 아가리에 들어가는 소줏잔 값은 어디서 나오는 거니. 이미 우리는 이 지상의 체제에 발 묶여 있는 노예야. 알고 있어?
 [여기자의 상대주의적 옹호] 이 시대는 위선적 지식이라도 필요로 하는 절박한 순간 아니어요?!
 작품의 후반부, 후배기자와 애인의 저주를 받으면서 시민K는 인간의 존재의미 자체가 박탈당했음을 느끼고 분노한다. 시민K는 비로소 외로운 저항을 결심한다. 구치소에 수감된 시민K는 그 곳에서 병든 우리 사회의 전모를 파악한다. 결국, 방면된 시민K는 자신이 방면된 이유를 생각한다. 결론은 "현실, 그 자체가 체포되었다"는 것. 즉, 이 야만적 현실자체가 바로 거대한 감옥이라는 것이다.
 
 [시민K의 독백] 나는 자유인가? 아니면, 여전히 체포된 상태인가? 그렇다. 현실 그 자체가 체포되었다. 나는 체포된 상태 그대로 내일 아침 출근할 것이다. 체포된 현실 속에서 나의 직무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사이) 이대로 물러서서는 안된다.
 
 시민K가 뭔가를 결심하는 순간 암살자가 나타나서 도끼를 높이 들고 장중한 레퀴엠 음악과 함께 막은 내린다.
 어쩌면 허무주의가 내포된 것도 같고, 현실에 대한 저항의식이 깊이 깔린 작품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에게 반성과 사유를 하게 한다. 그리고 현실의 절망과 허무를 넘어 희망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영삼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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