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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의 올 김장 규모는 180포기의 배추와 무우 60개 그리고 총각무가 한 지게 정도. 그에 따라 속으로 사용할 여러 양념들이 집안 가득 그 특유의 냄새가 벌써 입맛을 돌게한다.  감포, 그 단 바닷물에 절인 배추와 무우 그리고 양념을 먼저 깨끗하게 상글어 놓은 상태라 절인 배추에는 생새우를 갈아넣은 속을 자기 위치만큼 담그기 시작한다. 무우김치는 아들놈 손바닥만큼 듬직듬직하게 상글어 벌건 속에 버무리고, 총각무우는 잎부분 보다 무부분 속바르기를 정성스럽게 해야한다는 장모의 농에 서로 웃기 시작한 올 김장도 손이 빨라진다. 옆에서 보는 남자들도 절로 배가 부르고 입맛이 하루 종일 좋은 날.
 큰처남은 맏이라 전체 김치의 40%를 담가 가야 하고, 둘째인 맏처형은 전체 김치의 30%을 담가 가야 한다. 물론 셋째인 아내는  20%을 담가 가야하고 남은 형제들은 남은 10%을 각자 고르게 나누어 가진다. 장가를 안간 막내처남은 한통도 못 가져가지만 다섯째인 둘째 처남이 막내처남의 일년 김치 당번이다. 막내처남이 김치가 필요하면 바로 위의 둘째 처남집에 찾아가 김치를 받아 가라는 장모의 오랜 묵언의 법이 그 이유다.
 장모의 생각은 형제들 간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해야 정이 든다고 하시며 그 역할을 김치의 양 분배로 실천하려 하셨다. 이리 각자 자기 목의 김치를 먹다보면 자연스럽게 서열순으로 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끝끝내는 큰처남집에 김치만 남게되어 자주 큰처남집에 모이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장모의 김장 담그기 법인 것이다.
 올해도 큰처남집의 김치통은 자동차 앞뒤가 모자라 막내처남 차로 실어다 주는 웃지 못할 일을 보면서 장모의 올해 김장도 한해 육남매의 피와 살 그리고 형제애를 만들어주듯 잘 익을 것 같다.  손상철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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