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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행히 마을에 산다. 시내와 제법 떨어진 한적한 마을에 산다.
 대부분 도시인들은 자신들의 집과 직장으로 오가지만 정작 돌아갈 마을이 없다. 일을 마치고 밤에도 낮처럼 환한 가로등을 밟으며 24시간 편의점을 지나 여전히 붐비는 사람들을 헤집고 아파트 엘리베이트를 오르내리지만. 그곳은 단지 거처하는 집 일 뿐이다.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단순히 시내에서 시내가 아닌, 시내의 끝자락을 지나 논과 밭길 따라 혹은 어둑어둑한 산 하나쯤 넘어야 한다면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어린시절은 척박했지만 흔히들 그렇게 보냈고 그  추억의 아득한 편린이 기억의 햇살 속에 사금파리처럼 반짝이고 있다.
 마을은 속도가 없다. 속도가 없으니 당연히 바쁨이 없다. 간혹 마을 뒤편 가까운 암자에서 들리는 풍경소리가 더욱 고요를 깊게 한다.
 밤에도 벌레소리나 도랑물 소리가 휘부윰한 하늘 가까이 바짝 달려가 마른 별들을 글썽글썽 쏟게 하고, 일그러진 달이 나뭇잎 위에 흔들리는 것도 볼 수 있다.
 허수롭게 마을을 이루고 있는 집들은 산등성이에서 내려보면 댓돌위에 벗어놓은 쓸쓸한 고무신 몇 짝 같다.
 하지만 그 고무신이 따뜻한 사람의 발을 기다린다. 어쩌면 이미  마을은 신발 속에 소복 담겨 있고 그쯤에서 모든 마을은 제 스스로의 걸음을 멈춘다.
 시를 쓰는  사람만이 시인이 아니다. 비록 마을에 살지 않더라도  마을 하나 온전히 가슴에 지닌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그 마을을 향해가는 길에 간혹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는 당신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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