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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 끝이 살아 기운이 생동한다' 는 평을 받고 있는 서예가, 우보 배성근씨.
 그의 네번째 작품전이 17일부터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 마련돼 있다.
 없는 가운데 여유롭고, 무겁지 않으면서 중후하고, 느리지만 성실한 '소 걸음'(우보)으로 한평생을 붓글씨에 천착해온 배씨는 이번 전시에 "벼루밭에 농사지은 습작을 달구지에 싣고 와 펼쳐놨다"고 말했다.
 한문서예와 한글주석으로 채워진 50여점의 작품은 붓과 벗하며 '소의 걸음(牛步)' 이라 호를 지은 작가가 소의 느린 걸음처럼 섣불리 욕심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한획 한획 그은 결과물.
 다양한 서체를 선보일 수 있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예서와 전서, 금문 등을 중심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전·예서는 서체의 특성상 아무리 잘 써도 서툴게 쓴 것처럼 보여 대개의 서예가들이 쓰기 꺼리는 경향인데 그는 우직하게 고집,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예서 작품에 가장 큰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조용히 흘러가는 물처럼 유려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작품들은 꼿꼿하면서도 단정한 옛 선비의 풍모를 보는 듯 하다.
 배씨는 붓을 놀림에 있어 철저한 기본의 수련과 함께 정교한 '붓의 운용기법'을 강조한다.
 그는 "진정한 서예인은 붓 털 하나 위에 팔뚝을 올려놓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지 배씨의 작품은 붓의 기운이 퍼져 글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붓의 힘을 받아 생동감이 넘친다는 평이다.
 각 작품은 주로 한문서예와 이를 뜻풀이한 한글 주석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들어 '勿臨渴而掘井'(물임갈이굴정)이란 한문서예 옆에 '목마르게 돼서야 우물파는 일은 하지마라'는 한글 뜻풀이를 해놓는 식이다. 한자해독이 어려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금강반야바라밀경> 작품 속 수천자는 '소의 걸음'처럼 한자한자 배씨의 붓끝에서 창조되고 있다. <금강반야바라밀경>은 10폭 혹은 12폭 병풍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고전의 몇 대목을 글로 쓴 전통적 작품 <명자무회언> <성이불패> <견분장방획토> <악출허>을 만날 수 있다.
 고전을 따르면서도 개성을 발굴해 나가야 하는 서예 본연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통과 현대의 접목이라는 '중용'의 미덕을 실천해 가는 이 서예가는 "먹을 갈고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으며 "오래동안 '서예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오롯이 차오는 작품들만을 골라 선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인의 일상이 곧바로 '서예 생활'인 것이다.
 세계서예비엔날레 초대전, 성균관대 유림서예초대전 등 다수의 그룹전과 개인전 4회를 선보인 배씨는 대한민국서예대전과 경남서예대전 초대작가, 울산서예협회, 울산서도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예가 배씨 작품과의 만남은 오는 24일까지 가능하다.    김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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