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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제115회 정기연주회 베토벤 시리즈 '영웅'이 마련되고 있던 울산문화예술회관.
 순수클래식 공연답게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연주가 엄숙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연주장내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순간 정적을 깨고 한 아이의 투정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집에 가자"
 주위의 시선은 일제히 소리나는 쪽을 향했다. 하지만 주변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는 아이들의 팔만 잡은 채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깐 "조용히 해. 지금 엄마랑 아빠가 음악감상하고 있잖아"고 입으로는 아이들을 달랬지만 눈은 여전히 오케스트라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관람객들의 시선은 그리 고울 수 없었다.
 수백명이 모인 대공연장에서 연주회에 집중하던 분위기가 일시에 깨졌기 때문이었다.
 음악 연주회장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관객의 행동에 의해 배우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연극 공연 중에도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공연 관람에는 분명 문화가 있고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다른 관람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예절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영화에 아이들을 동반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공연으로 선물하고 싶은 마음 혹은 교육적인 효과를 노리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연장에 들어선다. 대부분의 공연이 초등학교 이상이면 입장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왔다가 아이들에게 공연에 대한 나쁜 인상만 심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자녀동반시 공연 관람 예절을 알아야 즐거운 공연나들이가 될 수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 관계자들이 꼽는 공연장에서의 꼴불견 부모 관람객 사례들을 통해 자녀와 함께 한 관객들의 공연관람 예절을 살펴본다.

 △왜 안 들여보내줘요?
 원칙적으로 공연시작 이후엔 공연장 출입을 할 수 없다.
 다만 극의 흐름을 봐서 중간에 들여보내기도 하는데, 되려 늦게 와서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공연장 관계자들에게 소리지르며 항의한다.
 그리고 마침내 "여기 책임자 나오라고 해" "여기 불친절하다고 인터넷에 올릴거야"라고 삿대질한다.

 △잘 보이는 앞자리로 가자
 지정석인 경우 자신의 자리보다 나은 빈자리가 있다고 공연 시작 후에 이동해서는 안된다.
 공연자나 다른 관람자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조금 늦은 좌석 주인이 도착할 경우 다시 움직이느라 소란스러워진다.
 비지정석인 경우 아이를 앞자리에 앉히려고 엄마들이 몸싸움도 벌이는데, 불편한 자리에 앉히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멀리서 보면 가까이 있을 때보다 더 넓게 볼 수 있다.
 △우리 앤 똑똑해서 이정도는 충분히 봐요
 공연 관람 연령이 취학 아동 이상인데도 너무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입장시켜 달라고 우긴다.
 또 아이에게 맞지 않는 공연을 보러 와서는 "엄마, 언제 끝나?" "엄마, 저건 뭐야"라고 보채는 아이에게 "조용히 해" "그냥 봐"라고만 연방 이야기한다.
 아이는 지겨워서 연신 몸을 비틀거나 떠들다가 결국엔 잠이 든다.
 △공연 끝나고 데리러 올게요
 아이만 덜렁 공연장 안에 데려다놓고 같이 온 친구들과 차 마시러 나간다.
 특히 어린이보육시설 활용률이 높은 북구문화예술회관은 공연중에 아이가 울거나 왔가 갔다 하거나 바람에 공연장 관계자들이 아이를 달래거나 데리고 나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심한 경우 엄마들이 수다 떠느라 공연 끝나는 시간보다 한참 늦게 오는 바람에 공연장이 보육시설이 되기도 한다.

 △애를 무릎에 앉히고 보면 되잖아요
 티켓을 공연장에 온 사람 수보다 적게 끊고는 "아이는 무릎에 앉혀서 보겠다"고 우긴다.
 아니면 아이를 자리에 앉혀놓고 나오겠다고 하고는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선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공연장 관계자들에게 "티켓 끊었는데 잊어버렸다"고 우기거나 아이를 들쳐업고 냅다 도망간다.  김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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