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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의 사랑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온 것처럼 그 사랑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게 변함없는 소망이었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일해 온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5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북구 지역내 동사무소에 20㎏들이 쌀 40포를 기탁한 김광오 북구 부구청장(57)은 "비록 얼마 안되는 쌀이지만 한겨울 마음까지 춥고 배고픈 이웃에게 훈훈한 밥 한 끼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날 기탁한 쌀은 새마을운동 울산 북구지회가 지난 달 말 연 '사랑의 김장행사'에서 담근 김치와 함께 관내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전달됐다. 올해로 37년째 공직에 몸담고 있는 김 부구청장은 지난 2002년 1월 공무원 생활 33년 만에 서기관으로 승진하자 이를 기념해 지난 5년 동안 매달 급여에서 33만원씩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기'라고 이름붙인 통장으로 자동이체해 왔다. 이 33만원 가운데 20여만원은 매달 공동모금회와 작은마을 공동체(울주군 웅촌면) 등 다양한 곳의 후원금으로 이체됐으며, 정해진 곳으로 다 출금된 뒤 다달이 남은 10여 만원은 한 해 동안 그대로 비축해뒀다 연말에 한꺼번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써왔다. 이번에 새마을 북구지회에 모자란 쌀을 보탠 것도 바로 이 통장에서 나온 힘이다. 김 부구청장은 이처럼 잔액이 모여 통장에 남아 있는 150여 만원의 돈으로 10여년 전 자신이 동장으로 근무했던 태화동과 20년 넘게 살고 있는 신정4동에 지난 2004년까지 쌀을 기증해 왔다. 북구로 부임한 지난해 연말에는 관내 노인주간보호소 등 3개 복지시설에 족욕기 각 1대씩을 기증하고 사랑의 열매 후원금에도 정성을 보냈다. 김 부구청장은 서기관으로 승진할 당시를 회상하며 "승진의 기쁨도 컸지만 무엇보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낮은 곳을 향하는 마음 자세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매달 33만원을 고정적으로 기부하기로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김 부구청장은 또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도 받았고 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일도 있을 것"이라며 "그 분들에게 하나하나 다 갚아 나가진 못하지만 대신 우리 사회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 더 큰 보은이라 생각하고 또 다들 그렇게 헤아려 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부구청장이 지금까지 이렇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족들의 성원이 든든한 힘이 됐다. 그는 처음에 33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 마음을 가족과 나누기 위해 '다짐의 글'을 써서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김 부구청장은 "이런 계기로 가족 사랑은 더 돈독해지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더 좋아하고 따르게 된 것 같다"며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더 값진 것을 내 인생에서 얻어가고 있으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김 부구청장의 이런 뜻에 동참해 현재 부인 차필가(51) 여사도 남구사회복지관 무료급식소 등 두서너 군데 단체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부구청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좋은 일을 하는 공직자들이 많을텐데 작은 일이 침소봉대될까 걱정된다"면서 "적은 성의라도 좋으니 기부문화 확산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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