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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문명은 대부분 강을 중심으로 태동했다. 울산의 문명 태동지는 다름아닌 태화강이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울산인들의 삶이 녹녹하게 배어있다.  천전리 각석에는 신라인의 기상이 서려있다.
 태화강은 수 만년 세월을 흐르면서 울산인의 삶의 터전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태화강은 한때 산업화에 밀려 자칫 부끄러운 역사가 될 뻔했다. 하지만 태화강은 공해의 상징에서 미래 생태환경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울산신문은 '태화강, 이제는 세계의 강으로'라는 기획을 통해 태화강의 부활과정을 되짚어 보고 세계적인 생태환경을 가진 강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을 모색해 본다.

 

   생태하천, 세계환경전문가 찬사

 지난달 국제 환경회의에 참가한 한 외국인은 태화강 생태공원을 둘러보며 연신 '원더풀'을 외쳐댔다. 물론 방문객들의 의례적인 '립서비스'일수도 있겠지만, 개발도상국들의 환경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의 태화강에 대한 찬사는 헛말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대숲과 어우러진 태화강 생태환경은 물론 수변에 친환경적으로 조성해 놓은 인공구조물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세계환경 전문가들의 칭찬을 받은 울산의 태화강은 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오염하천이었다.
 태화강은 1960년대 이후 울산의 산업화와 그에 따른 인구급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90년대 이후 울산시의 급격한 인구증가와 더불어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농촌경제의 활성화 정책으로 상북면 등의 농공단지와 축산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이들이 쏟아내는 각종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및 축산폐수가 태화강의 수질을 악화시켰다.
 태화강 수질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1991년 11.7mg/ℓ를 기록 5등급을 초과하였으며 1997년까지 최악의 수질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1992년 이후 모두 5차례에 걸친 물고기 떼죽음을 몰고 왔다. 당시 물고기 떼죽음 같은 오염사고는 갈수기는 물론 여름철 호우기간에도 발생했다. 하천 유지용수가 부족한 갈수기에는 용존 산소의 부족으로 물고기가 폐사했으며, 여름철 강우기에는 하천바닥에 퇴적되어 있던 각종 오염 물질이 뒤집어 지면서 물고기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특히 비가 내리는 틈을 타 공장과 축사, 주택가 소규모 공장에서 폐수를 내 보냄으로써 오염을 가속화 시켰다.
 시민들은 악취가 진동하는 태화강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고, 태화강은 공해도시 울산의 상징이되어 버렸다.

 

   생활하수차단 10년간 450억 투자
 그러나 1995년 중·남구 일원에서 발생하는 생활오수를 1차 처리 한 후 바다로 방류하는 용연하수처리장의 준공과 가동 이후 하수처리 및 하천 살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광역시 승격을 전후해 울산시는 태화강 수질 환경 개선에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우선 중점을 두고 시작한 사업이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를 차단하기 위한 '가정오수관 연결사업'과 '태화강 유입 오수 차단사업'이다. 이는 기존 대도시들이 생활오수와 우수를 동시에 한 개의 관로로 처리하는 데서 벗어난 것으로 우수기에 생활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획기적인 사업이었다. 생활오수와 우수가 함께 흐르는 합류식 관거를 오수와 우수의 분류식 관거 시스템으로 변경하기 위한 가정오수관 연결 사업은 1995년 시작해 지난 2005년까지 계속되었다. 이 사업에는 무려 450억원이 투자됐다.
 하류 뿐만아니라 태화강 상류지역의 수질관리를 위하여 언양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축산폐수 저장조를 설치했다. 또 태화강 상류지역 및 대곡댐의 수질관리를 위하여 대곡댐 상류 지선 관거부설, 언양하수처리구역 지선 관거부설 및 대곡댐 상류 가정오수관 연결사업을 실시했다.

 

   트럭 8만대분 퇴적오니 제거
 특히 지난 2004년 완공한 언양하수처리장은 태화강 상류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오수,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을 차집·처리해 상류로부터의 오염을 최소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언양하수처리장은 기존 하수처리시설과 달리 질소, 인 등을 완전히 처리할 수 있는 고도처리시설을 갖추어 최종 방류수는 BOD 2ppm(기준 20), COD 4.1ppm(기준 40), SS 3.5ppm(기준 20)을 유지하고 있다.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차단 한 후 울산시는 지난 2002년 8월부터 태화강의 수질·경관 개선 등을 위한 '태화강 정비 및 정화 사업'을 시작했다. 총349억6,9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사업을 통해 울산시는 하천 전체 공사 구간에 대해 깊이 50㎝ 이상의 퇴적오니 66만8000㎥을 제거했다. 이는 15톤 트럭 8만여대분에 이른다. 태화강은 오염 퇴적물 속에 함유되어 있는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 제거(준설)로 수질이 급속히 개선됐다. 사업 시행 전 4등급에서 2등급으로 개선됐다. 이와 아울러 산책로, 자전거도로 개설 등 친수공간이 대폭 확대돼 시민들을 다시 태화강으로 불러들였다.

 

   태화강 부활 프로젝트'세계화'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실시된 태화강수영대회는 태화강 부활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벌어진 전국체전에서는 태화강에서 조정과 카누 대회를 열었다. 체전 개막식에 참가한 노무현 대통령은 "연어가 돌아오는 태화강의 부활은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산업수도의 상징이었던 태화강의 부활 프로젝트를 울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품으로 세계에 내놓을 예정이다. 울산시는 '유엔 환경 대상'을 목표로 세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수도로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가 되었던 '태화강의 기적'이 이제는 전 세계에 '공해를 극복한 친환경 생태도시'로서의 제 2의 기적을 인증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강정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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