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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은 선사시대 이전부터 울산인들의 삶이 오롯하게 새겨져 있는 곳이다. 태화강 상류 계곡에 있는 선사인들이 새긴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등은 울산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코드'가 되어 있다.  하류의 도심과 공단은 지난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태화강은 한때 공업화의 뒷전에 밀려 '오염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  태화강의 복원과정을 소개한 기획시리즈'태화강 이제는 세계로' 후속으로 '줌-인(ZOOM-IN) 태화강'시리즈를 마련한다. 

   모두 10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 기획시리즈는 태화강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할 것이다.


 울산발전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태화강의 최장 유역거리는 47.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화강의 북쪽 발원지인 두서면 내와리 백운산 기슭 탑골샘에서 부터 울산항까지 실측한 거리다. 탑골샘에서 발원한 강줄기는 미호천, 대곡천을 거쳐 대곡댐과 사연댐을 지나 범서읍 사연리에서 태화강에서 합류한다. 울산발전연구원은 이를 태화강의 최장거리 발원지로 규정했다.
 울주군 상북면 가지산 정상부의 쌀바위도 태화강의 '상징적'인 발원지이다. 쌀바위에서 울산항까지는 45.43㎞로 탑골샘에서 보다는 짧지만 이미 '발원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쌀바위에서 시작된 태화강은 천년고찰인 석남사(옥류동천)을 지나 상북면과 언양읍내(남천)를 지나 울산시가지로 곧장 흘러간다.
 이외에도 신불산에서 시작된 강물은 작천정을 거치는 작괘천으로 고속철울산역이 들어서는 신화리와 반송리에서 태화강과 합류된다. 또 국수봉에서 시작된 지천은 범서읍 중리를 거쳐 선바위 상류의 태화강으로 유입된다. 이밖에 굴화천과 척과천, 무거천, 명정천이 합류된다.
 태화강을 이루는 각 지천들은 발원지가 대부분 산악지역이고, 수려한 계곡을 포함하고 있어 수많은 전설과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탑골샘에 발원한 태화강은 고헌산 골짜기의 물과 합쳐 대곡천을 이뤄 언양읍과 두서와 두동면 지역을 굽이쳐 흐른다. 대곡천에는 선사문화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등 수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대곡천에 자리하고 있는 높이 3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여러 가지 모양을 새긴 바위그림이다. 전세계적으로 암각화는 북방문화권과 관련된 유적으로 우리민족의 기원과 이동을 알려주는 자료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완공된 사연댐으로 인해 물 속에 잠겨있는 때가 많지만 최근에는 반구대 암각화의 바위그림을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암각화에는 육지동물과 바다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육지동물은 호랑이, 멧돼지, 사슴 45점 등이 묘사되어 있는데, 호랑이는 함정에 빠진 모습과 새끼를 밴 호랑이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바다고기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 등으로 표현하였다. 사냥하는 장면은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의 모습을 묘사하였으며, 그물이나 배의 모습도 표현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선사 시대 이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냥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사냥감이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위에 새긴 것이다.
 천전리 각석은 태화강 물줄기인 대곡천 중류의 기슭 암벽에 새겨진 그림과 글씨이다. 아래·위 2단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내용이 다른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조각이 가득하다.
 윗단에는 쪼아서 새기는 기법으로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 추상화된 인물 등이 조각되어 있다. 사실성이 떨어지는 단순화된 형태인데 중앙부의 태양을 상징하는 듯한 원을 중심으로, 양 옆에 네 마리의 사슴이 뛰어가는 모습과 맨 왼쪽의 반인반수(半人半獸:머리는 사람, 몸은 동물인 형상)상이 눈에 띈다. 표현이 소박하면서도 상징성을 갖고 있는 듯한 이 그림들은 청동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아랫단은 선을 그어 새긴 그림과 글씨가 뒤섞여 있는데, 기마행렬도, 동물, 용, 배를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기마행렬도는 세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간략한 점과 선만으로도 그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배그림은 당시 신라인의 해상활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이루어 놓은 작품으로,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의 생활, 사상 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어느 특정 시대를 대표한다기보다 여러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은 유적이다.
 천적리 각석 맞은편 암반에는 수많은 공룡발자국이 남아 있다. 공룡들이 발자국을 남긴 곳은 흐르는 내를 따라 계곡으로 들어가며 왼쪽으로 널찍널찍하게 깔려 있는 반석이다. 거뭇거뭇한 반석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듬성듬성 크고 작은 웅덩이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지난 1995년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확인된 공룡의 발자국 만도 200여 개다. 이들 공룡은 1억 년 수천만년 전 살았던 대형 초식공룡인 울트라사우르스, 중형 초식공룡인 고성고사우르스, 육식공룡인 메갈로사우르스 등이다. 공룡이 걸어간 발자국이 길을 이루고는 있지만 대부분 일정한 방향을 향해 진행한 흔적이 아니라 이리저리로 배회한 흔적이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위치한 대곡천 주위에는 삼현재, 집청정, 모은정, 반계서원 유허비 등의 유적도 산재해 있다. 특히 대곡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을 전시하게될 울산대곡박물관도 반구대 입구에 세워질 예정이어서 세계속에 자랑할만한 유적지의 면모를 갖출 예정이다.
  강정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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