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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문무왕 왕비 넋 잠든 대왕암공원
예쁜 등대 두기 밤바다 외로움 달래고
너른솔숲 새 푸른 솔바람 세상과 인사

 

 


   더불어 함께 하는 것. 최고의 미덕. 사람세계는 물론 다른 세계에도 통용되는 말일 터. 나무세계도 마찬가지. 소나무 세상도 말할 나위 없다. 아무리 오래되고 빼어나고 아름드리 나무라도 독송(獨松)보다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더불어솔숲(群松)이 더 아름다운 법. 비록 못난이 소나무일지라도 오순도순 무리지어 자라는 걸 보면 마음이 더욱 넉넉해지는 게 세상이치. 그런 솔숲이 바로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 곰솔숲이다.


 대왕암공원. 28만여평. 울기등대 때문에 62년 5월부터 울기공원이라 불렸다. 2004년 2월에 대왕암공원으로 바뀌었다. 신라 30대 문무왕의 왕비 자의왕후의 유해가 묻혔다는 전설을 간직한 대왕암에서 연유됐다. 나라의 평안과 번영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이름.
 문무왕은 평소 "내가 죽은 뒤에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지킬 터이니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지내라"고 유언했다. 왕이 죽자 화장을 한 뒤에 유해를 동쪽 바다에 모셨다. 그곳이 동해구인 경주 양북면 봉길리 앞 바다의 대왕암(사적 제158호).


 그 왕에 역시 그 왕비였다. 왕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 호국의 용이 되어 바다를 지키자 왕비 또한 무심할 수가 없었다. 왕비의 넋도 호국용이 되어 울산으로 날아왔다. 동쪽 등대산 끝 용추암이라 불리는 바다 속 바위 아래에 잠겨 용신이 됐다. 부부가 죽어서도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려는 간절한 염원이 승화된 것. 왕비의 넋이 숨어든 바위는 또 다른 대왕암.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이나 풍광 또한 빼어나다. 태백산맥이 마지막으로 뻗어내려 깊숙이 방어진반도에 꼬리를 감춘 곳이라 해변에는 갖가지 모양을 한 기암괴석들로 가득하다. 가파른 절벽을 이룬 북쪽 일산만에는 바위섬 두엇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용굴이라 부리는 천연동굴 속으로 금물결 은물결을 이루며 쉼 없이 들고나는 파도는 황홀경에 빠지게도 한다. 제2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아침 일출이 멋진 곳이기도 하다. 나라안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간절곶에 버금간다. 이른 새벽 솔밭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다보면 어둠이 조금씩 엷어지면서 보라색으로 변하는 하늘을 마주한다. 하늘색이 주황색으로 바뀔 때쯤이면 몸과 마음도 달아오른다. 이어 둥근 해가 솟아올라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그 때쯤 만선의 기쁨을 재촉하는 어선들로 바다는 부산하다.
   형제 같은 등탑 두 기를 가진 등대도 이쁘다. 울기등대. 1905년 일제가 러일전쟁을 치르던 중 나무로 등대를 만들어 방어진항에 드나드는 배를 유도했다. 다음해 높이 6.1m의 등탑을 콘크리트로 만들었으며, 72년에 3m를 더 증축한 뒤에 87년까지 80년동안 사용했다. 솔숲이 울창해져 등댓불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자 87년에 24m의 새 등탑과 건물을 지었다. 옛 등탑은 등록문화재 제106호.


 28만여평 공원은 온통 곰솔 천지. 100년생 이상 되는 것만도 1만5천여그루. 하나 같이 키가 20m를 넘는다. 미끈하게 잘도 자랐다. 굽어지거나 모난 구석이 전혀 없다. 티없이 맑게 컸다. 기암괴석 위에 뿌릴 내리고 자라는 나무도 한, 둘이 아니다. 끈질긴 생명력에 놀랄 따름이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푸른 솔밭과 탁 트인 바다와 기암괴석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러나 가슴 한 켠이 시리다. 옛날에 비해 큰키의 솔밭이 너무나 듬성듬성하다. 눈에 띄게 줄었다. 북쪽 솔밭이 더 줄어든 것 같다. 성장목을 키우기 위함인가. 병충해 때문인가. 아니면 관리부실인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솎아냈다는 말인가. 대왕암공원 곰솔숲. 명품으로 길이 보존해야 할 일. 그러면 하늘과 땅과 바다와 해와 달과 별과 바람과 파도와 갈매기들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곰솔의 몸은 정녕 푸른 신화로 가득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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