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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이 유망한 판사의 길을 걷다가 대학교 총장으로 변신한 영산대학교 부구욱 총장.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앞날이 유망한 판사의 길을 걷다 대학교 총장으로 변신해서도 역량을 내보이고 있는 인물. 그가 바로 영산대학교 부구욱 총장이다. 지난 2001년 2월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20년 법관생활을 청산하고 대학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학교를 반석 위에 올려놓느라 온힘을 쏟는다. 국내 대학 최초로 2002년 법률학부에 로스쿨(Low School) 교육방식을 도입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역시 국내 대학으로서는 최초로 역량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학장직을 맡기는 CEO 학장제를 도입했다. 그런 여러 가지 새 바람이 겨우 10년을 넘긴 이제 변방의 그렇고 그런 대학에 불과했던 학교의 내실을 다지고 명성을 드높였다. 군자삼락(君子三樂) 가운데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세번째 즐거움을 몸소 실천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사회활동에도 열성적인 부구욱 총장의 교육철학을 들어봤다.

 

 ▲지난 9월 말 만들어진 한국조정학회의 창립 회장으로 선임된 것을 축하합니다. 일반인은 '조정(調停)'이라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조정'은 일반적으로 분쟁해결의 한 방법입니다. 분쟁을 해결할 때 법원의 재판을 생각하는데, 재판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런 단점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 '대체적 분쟁해결'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재와 조정입니다. 조정은 제3자인 조정인이 분쟁당사자간의 분쟁을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는 해결방법입니다. 조정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조정인이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의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조정제도는 어떻게 돼있습니까?
 -우리의 조정제도는 법원의 사법형 조정제도와 행정부서의 행정형 조정제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재판비용과 시간이 분쟁당사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므로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일본과 비교해보면 우리 법원의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의 비중은 크게 낮습니다. 그만큼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의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정학회 창립회장 맡아 기구 활성화 견인


 ▲조정학회 창립에 산파역을 하셨는데.
 -다행히 조정제도의 학문과 실무적인 연구를 통해 국민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조정제도를 연구하고자 하는 많은 교수와 판사, 변호사 등 실무자들의 도움을 받아 조정학회의 출범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지지를 받아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향후 학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구상입니까?
 -향후 10년에 걸쳐 집행될 학회의 장·단기 발전방향을 세우고, 학술대회와 워크숍 개최, 학술지 창간 등 학술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빠른 시일안에 정착시킬 계획입니다. 조정인의 인증제를 통한 자질향상과 국민홍보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학교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로스쿨 선정에탈락해서 아쉬움이 무척 컸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개교 이래 법률 특성화를 추진해온 신흥 법률명문입니다. 사법개혁의 취지에 맞지 않게 과거의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반영하는 등의 명백히 불합리한 선정기준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학과 당당히 경쟁했고, 경남에서는 가장 나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전국 대학 가운데에서는 가장 먼저 로스쿨 방식을 도입해서 교육하면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큽니다.


 ▲지역과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후문도.
 -관련 법규와 공표된 선정기준을 위배한 결정이라는 점이 큰 문제점입니다. 부산·경남에서는 4개 대학이 신청했는데, 부산의 2개 대학만 선정되고 저희 대학을 포함한 경남의 2개 대학은 탈락했습니다. 지방 17개 대학 가운데 10개 대학이 선정됐습니다만, 17개 지방대학 성적 순위 10위, 경남 1위인 저희 대학이 탈락한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로스쿨 인가를 위한 노력은 계속됩니까?
 -당연합니다. 법원에서 위법성 여부를 다투고 있습니다. 법원의 결정과는 관계 없이 지속적으로 로스쿨 유치를 추진합니다. 로스쿨 법률교육을 최초로 도입한 대학으로서 총정원이 늘면 반드시 유치할 것입니다.

 

   신흥 법률명문大로 로스쿨 인가 노력 계속


 ▲서울대와 고려대 등 5개 대학 로스쿨과 공동노력에 합의했다면서요. 어떤 일을 합니까?
 -저희 대학이 수도권에서는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그리고 지역에서는 부산대와 동아대와 연계해서 성공적인 로스쿨 안착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교류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로스쿨제도 시행을 계기로 법학 교과과정과 교육방법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에 그에 대한 공동연구와 성과 교류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끕니다.


 ▲지난 7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로스쿨대책위원장을 맡으셨죠?
 -로스쿨대책위원회에는 저를 포함해서 대학 총장 18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부담이 큽니다. 위원회는 로스쿨법 개정을 통한 총정원 증원노력과 함께 정부의 로스쿨 정책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교과부와 실무차원의 의견개진의 장을 마련합니다. 또 지방발전과 지역균형을 실현할 수 있게 로스쿨이 발원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합니다. 즉 양질의 다양화되고 전문화, 특성화된 로스쿨 교육과정의 운영으로 경쟁력을 갖춘 법률가 양성을 목표로 각종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양산·부산 두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죠. 두 캠퍼스 단과대학은 어떻게 이뤄져 있습니까?
 -지식기반의 서비스특성화를 목표로 1997년에 경남 양산시 주남동에 양산 캠퍼스인 영산대학교를 개교했습니다. 2002년 10월 부산에 있던 같은 재단의 성심외대를 흡수·통합, 부산 캠퍼스로 명명했습니다. 법경·법과·호텔관광·CT대학(문화산업대학)·IT건축·외국어·체육·보건의료·학부대학 등 9개 단과대학 41개 학과로 이뤄져 있습니다. 양산 캠퍼스는 법률·행정부문, 부동산·금융부문, IT·건축부문 등 비즈니스·서비스산업 분야 전공 위주로, 부산 캠퍼스는 호텔관광·외국어부문, 영화·예술부문 등 관광·문화서비스 분야 위주로 전공을 개설해놓고 있습니다.

 

   양산·부산 캠퍼스 특성화 우수인재 유치


 ▲영산대학교의 건학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과 특이하게도 '원융무애(圓融無碍)'이던데요. 원융무애는 무엇을 뜻합니까?
 -원융무애는 진리를 깨달은 분의 경지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저희 대학에서는 진리를 깨닫는 인재를 길러내자는 뜻에서 건학이념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시대흐름을 따른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시대흐름과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캠퍼스 추진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캠퍼스의 글로벌화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단순히 형식적인 외국대학과의 교류협정을 체결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유수한 해외대학에서 유학하는 것과 동일한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는 2+2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4년제 대학 최초로 외부 전문가 영입 CEO 학장제를 운영하고 있죠?
 -대학의 경영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전체 목적을 추구하는 대학 본부와 부분 목적을 추진해야 할 단과대학간에 어떻게 연계해서 상호 시너지효과를 확보하느냐가 대학운영의 주요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해서 CEO학장제도를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캠퍼스 특성화대학으로도 유명한데.
 -양산 캠퍼스는 동남권의 산업벨트와 의료허브 중심으로서 그 곳에 필요한 법률과 비즈니스, IT, 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부산 캠퍼스는 부산 주력산업이자 미래 도시구상과 일치하는 전략산업인 호텔, 컨벤션 등 관광사업과 영화영상과 디자인 등 문화산업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인력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특성화전략을 갖췄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성화의 성과를 많이 거두고 있겠죠?
 -꽤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교과부의 영상 관련 누리사업을 2007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수행했습니다. 저희 대학이 중심대학으로 참여하는 차세대 영상·IT전문인력 양성사업으로 104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누리 신흥수출시장 개척사업과 누리 호텔관광컨벤션사업 등에도 선정됐습니다.


 ▲국내 최초 대학 취업프로그램인 ISO인증도 받았죠?
 -2004년 자체 개발한 취업진로 프로그램인 'YCMP(Youngsan Career Map Program)'를 통해서 재학생의 맞춤형 취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각 학과마다 다른 특성의 취업성향을 분석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작성한 커리어 맵(Career Map)을 중심으로 개인별·학년별로 밀착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입학과 동시에 개인화된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2006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평균 취업률 81.5%로 부산?경남지역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됐습니다. 지난 8월에는 학생진로와 취업분야 업무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것으로는 국내 최초로 ISO인증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은?
 -교수는 내년까지 최소한 한 강좌를 영어로 강의해야 합니다. 갑작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입니다. 이른바 '글로벌 챌린지 2010'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모든 체제를 갖추고 공감대를 형성해왔습니다. 그를 위해 올해부터 주요 보직교수가 참석하는 총장 주재 회의를 영어로 하고 있습니다.


 ▲PPE학부가 유망학과로 꼽히고 있다면서요?
 -PPE학부란 Philosophy와 Politics & Economics의 머릿글자로 철학·정치학·경제학 연합 전공의 학부입니다. PPE학부는 영산대가 그동안 로스쿨을 준비해오면서 갖춘 첨단시설은 물론 법과대학의 우수 교수진으로부터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기반해서 법학적성시험(Leet)의 세 영역인 언어 이해와 추리논증, 논술시험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1대 1 튜토리얼(Tutorial) 교육방식을 도입해서 로스쿨로 가는 지름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1교수 1영어강좌 '글로벌 역량 강화' 초석


 ▲영화영상학과도 유망학과로 떠오르고 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독립장편 다큐멘터리의 활성화를 위해 영화영상학과가 사전제작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대학 최초로 '영산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최대 강점은 시설과 기자재 등 영상 관련 최첨단 인프라와 일본과 중국의 방송사와의 해외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것입니다.


 ▲개인신상에 관한 질문을 해 볼까요. 촉망받는 중견판사로 계시다가 학교에 몸 담은 사연은?
 -제가 영산대학교의 제2대 총장으로 취임한 때가 2001년 2월15일이었습니다. 정천구 초대 총장님의 임기가 끝나갈 즈음에 다음 총장으로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분을 총장으로 모시게 됐습니다. 물론 그 분의 수락도 받았고요. 그러다 취임이 임박해서 그 분이 갑짜기 수락의사를 번복해서 재단 측에서는 굉장히 난감하게 됐습니다. 제가 학교에 몸 담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었습니다. 물론 제 선친이 학교를 설립한데다 어머님이 재단이사장으로 계신 것도 작용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판사 재직시 울산에도 근무한 적이 있었죠?
 -울산지방법원이 지원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첫 발령지가 부산지법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84년 9월 1일부터 86년 4월말까지 1년8개월간 당시 부산지법 울산지원에 근무했습니다. 울산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울산은 그런대로 한가로움이 있어 보이는 조금은 시골 분위기가 묻어 나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공해가 상당히 심하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요즘의 울산을 보면 정말 금석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재학생 가운데 울산 학생 비중은.
 -울산 학생 비중은 30% 가량 됩니다. 부산이 47%, 경남 17%, 서울·수도권이 2% 정도 됩니다.


 ▲학교의 입지상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이 많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울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까?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희 대학이 중화학공단인 울산과 부산, 그리고 기계공단인 마산·창원을 배후지역으로 꼽고 있는 만큼 그 지역사회와 당연히 유대를 맺어야 합니다. 그래서 울산시라든가 울산시교육청 등의 행정기관과 단체 등과 협력체결했습니다. 대학이 고교가 없는 지역에 있다고 해서 신입생의 유치가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통학이 충분히 가능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또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우려할 점은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미 법률학부를 특성화전략으로 수준을 높여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과도 그런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명문대 합격 딸 설득 영산인으로 키워


 ▲서울 명문대에 합격한 따님을 설득해 영산대에 다니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문대 대신 지방대학에 다니게 한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딸애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런대로 공부는 꽤 열심히 했습니다. 고 2때부터 영산대학에 오도록 제가 공을 들였습니다. 그러나 본인으로서는 따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총장으로 있는 학교에 다니면 여러모로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아내의 반대도 심했고요. 아내는 일반적 상식으로 접근한거죠. 사회 통념상 명문대학을 나와야 모든 점에서 유리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딸애는 영산대 법대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후회스럽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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