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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공원.

 

첨단문화도시를 지향하며 무한경쟁에 돌입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2010년 새해 화두는 무엇일까? 사람 사는 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사는 문제이니 가장 먼저 '경제'가 떠오른다. 하지만 전국의 주요 자치단체들이 새해에 주목하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문화'다. 한 도시의 경쟁력을 재는 잣대가 경제적 부(富)에서 점차 문화수준으로 옮아가면서 자치단체들의 관심은 온통 문화다. 이를 반영하듯 문화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치단체들의 경쟁도 새해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본보는 울산의 각 문화 분야별 현주소를 짚어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새해 연중기획 '新울산문화지리지'를 마련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는 한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잣대이다. 이는 한 도시가 가진 문화시설의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다. 즉, 각 문화·예술 장르를 골고루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문화도시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시설적 측면에서 울산의 문화지도를 들여다보면, 광역시로 승격한지 13년째인 지금까지도 지역 문화예술계는 여전히 어깨를 펴지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1997년 광역시 승격이후 민선 3기를 거치면서 열악했던 문화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문화예술 분야의 종합운동장 격인 문예회관은 종전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유일했으나 지금은 기초자치단체인 북구와 울주군까지도 갖게 됐다. 또 2005년 이전에는 단 한곳도 없던 공립박물관은 2011년 개관을 앞둔 울산시립박물관과 합치면 4곳이나 된다. 여기에다 각종 공연장과 문화의 집, 도서관, 기본 문화공간을 갖춘 도심공원 등도 크게 늘었고, 민간의 문화예술시설들도 속속 들어서는 추세다.
 그럼 울산의 문화·예술 공간은 몇 곳이나 될까. 본보가 이번 신년기획 '신(新)울산지리지'를 준비하면서 울산시와 5개 구·군의 협조를 받아 지역의 문화공간을 조사한 결과, 모두 12개 부문에 걸친 개별시설은 무려 100곳이나 됐다. 조사는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등 전시공간은 제외됐다. 조사결과, 민선시대 10년을 거치면서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정도의 시설과 구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박물관, 2011년 개관 시립박물관 비롯 4곳
   문화예술회관도 울주·남·북구에 3곳 위치
   각지역 대표축제 9개…작은도서관 25곳에


 ◆울산의 문화공간 어떤 게 있나


 지역의 문화시설 중 핵심 공간은 여전히 울산문화예술회관이다. 남구 달동에 위치한 문예회관은 대·소공연장과 대·중·소 전시실, 야외공연장 등을 갖추고 1995년 10월5일 개관한 이후 15년 동안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전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울산문예회관 한 곳만으로 늘어나는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수요에 때맞춰 2003년 9월 울산의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북구문화예술회관이 문을 열었고, 뒤이어 울주군도 2009년 11월 문화예술회관을 개관하고 지역 문화예술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두 기초자치단체들이 문예회관을 보유하면서 앞으로 지역의 다른 기초단체에서도 문예회관 건립요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울산의 문화시설 중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할 변화는 박물관이다. 1995년 12월 개관한 울산대박물관을 제외하고 2000년대 초까지도 공립박물관이 전무했다. 인구 110만 도시에 제대로 된 박물관하나 없는 현실은 시민들에게 수치였다. 이 때문에 시립박물관 건립은 문화계를 넘어 시민적 숙원사업이었다. 이러던 것이 장생포고래박물관 개관(2005년 5월)을 시작으로, 울산암각화박물관(2008년 5월), 울산대곡박물관(2009년 6월)이 잇달아 문을 열었고, 오는 2011년 초에는 울산시립박물관이 첫 선을 보인다. 현재 건립공사가 한창인 시립박물관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70-80년대 지역의 문화 산실 역할을 한 울산문화원은 민선시대 출범에 맞춰 각 기초자치단체별로 분화되면서 지금은 5개 구·군에 설치돼 있다. 그 역할이나 기능상 각 문화원은 문화예술 공간이라기보다 문화기관에 가깝다. 각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사업을 벌이기 위해 각 구·군별로 하나씩 설치됐지만, 자치단체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여건상 독립적이고 순수한 문화사업을 벌이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각 분야별 문화시설 중 근년에 가장 많이 들어선 시설이 야외공연장이다. 주민들이 집 가까이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야외공연장은 주요 도심공원과 시설에는 거의 예외 없이 갖춰져 있다. 문수체육공원 호반광장을 비롯해 모두 12곳에 야외공연장이 있어 생활밀착형 문화행사가 연중 가능하다.
 문화의 집은 주로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이다. 대부분 과거 동사무소 등으로 사용되던 기존 건물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5개 구·군에 걸쳐 모두 10곳이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도심에 집중돼 있어 울주군 등 외곽지역의 청소년들은 시설 혜택에서 소외된 상태이다.
 민간공연장은 울산에서 가장 절박한 문화인프라다.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문화회관이나 예술관을 건립, 운영하면서 부족한 문화시설을 메우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업적 용도와 연계돼 있어 이용계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동구의 현대예술관과 한마음회관은 공공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동구의 문화터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념관이나 과학관은 문화예술 전용시설은 아니지만, 지역 문화공간으로도 손색없이 활용될 수 있다. 시설이라야 울주군 두동면의 충렬공박제상기념관과 중구 동동의 외솔최현배기념관, 남구 무거동 뒷산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울산천문대 등 3곳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시설시능과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의 문화시설 중 가장 취약한 분야가 공공도서관이다. 시설은 물론 보유 장서 수도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의 집중적인 도서관 확충사업으로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린 북구의 사례는 지역에서 모범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립도서관은 건립계획조차도 없고, 기초단체가 건립한 도서관도 북구와 울주군 두 곳뿐이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 속에서 최근 기초단체별로 매년 늘리고 있는 작은 도서관이 그나마 주민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은 모두 7곳에 불과하지만, 작은 도서관은 5개 구·군에 걸쳐 모두 25곳(2곳 건립중)에 이른다.


 민간시설인 영화관은 2000년대 초 대형화 과정을 거치면서 영세한 극장들은 모두 문을 닫았으며, 70-80년대 향수를 간직한 극장은 지역에 단 한곳도 남아 있지 않다.
 문화와 레포츠, 휴식공간의 기능까지 맡고 있는 도시근린공원은 모두 10곳이다. 이 중에서도 문화시설이 밀집한 울산대공원과 문수체육공원, 십리대숲생태공원 등은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소이다.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 각종 축제는 구체적인 문화공간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독특한 지역색과 부대행사들은 문화 인프라의 요소를 충분히 갖고 있다. 울산 전역에서 1년동안 열리는 축제의 가지 수는 수십개가 넘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는 9개 정도로 축약된다. 특히 간절곶 해맞이축제는 이곳을 전국적인 신년 해맞이 명소를 부각시켰고, 태화강물축제는 태화강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었다. 또 처용문화제는 울산의 대표 축제를 자리하고 있으며, 울산쇠부리축제와 차없는 거리문화축제, 동구해변축제, 외고산옹기축제, 울산고래축제, 언양봉계한우축제는 각 구·군을 대표하는 문화축제이다.
 

    열악했던 문화시설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시설별 일부지역 밀집…'균등분포' 과제
   시립미술관·문학관 건립 문제 논의단계


 ◆문화시설 분포와 과제


 울산의 문화 1번지는 어디일까. 이를 알아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역 문화시설의 분포도를 그리는 것이다. 본보의 이번 신년기획을 통해 들여다본 결과, 울산의 문화 1번지는 남구 달동권역이었다.
 이곳은 문화시설의 구색뿐만 아니라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공간들이 밀집해 있다. 지역 문화예술의 전당인 울산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달동근린공원과 남구문화원, KBS울산홀, 태화강 둔치 야외공연장 등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
 울산 전체의 문화공간 분포는 달동권을 정점으로, 남구 삼산동과 신정동, 중구 구 시가지에 밀집돼 있으며, 이들 중심지역에서 멀어질수록 밀집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각 구·군별 분포도에서도 핵심 문화시설은 도심에 집중돼 있는 반면, 외곽지역은 소외되는 모습이다. 특히 북구 강동권과 중구 다운동권, 남구 야음·장생포권, 동구 주전동권의 문화시설 소외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울주군 지역의 문화시설은 범서와 온산·온양권에 집중됐다.


 시설종류별 분포를 보면, 박물관은 남구(3곳)와 울주군(2곳)에만 점을 찍었고, 야외공연장은 남구(6곳)와 중구(3곳)에 몰린 반면, 동구와 북구에 각 1곳씩 위치했다. 청소년들의 문화사랑방인 문화의 집은 각 구에 2~3곳씩 있으나 울주군은 온양 덕신리에 있는 것이 유일했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생활가까이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읍·면·동에 적어도 문화의 집 1곳은 있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주문이다.
 모두 합쳐봐야 5곳에 불과한 민간공연장은 동구 2곳, 중·남·북구 각 1곳이 운영 중이다. 공공도서관은 중·남·동구에 각 1곳이 있고, 북구와 울주군에는 2군데를 보유하고 있다. 울산 전역에 총 25곳이 있는 주민밀착형 시설인 작은 도서관은 중구에 9곳, 울주군에 10곳이나 있는데 비해 남구 2곳, 동구 1곳, 북구 3곳밖에 없어 뚜렷한 격차를 보인다. 모두 10곳이 있는 도시근린공원은 남구(5곳)와 중구(3곳), 동구(2곳)에 몰려 있는 분포다.


 이처럼 현재 울산의 문화시설은 그 유형별 종류와 시설 수의 면에서는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전국의 광역시급 도시들이 갖추고 있는 문화시설의 다양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전국 광역시와 웬만한 도시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립미술관을 아직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시립문학관의 건립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 두 시설의 건립 문제는 현재 그 필요성이 논의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상매체의 발전을 위한 영상미디어센터나 종합아트관 등의 시설들에 대해서도 건립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주문이다. 이밖에도 걸음마 수준인 민간분야의 문화시설 투자를 이끌어내고 활성화하기 위한 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것이 울산의 현실이다. 글=최성환기자 csh@·사진=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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