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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 단절됐던 물길 이제는 '희망의 물길'로
[태화강 100리, 그 시작부터 동해까지] 3.한실마을 ~ 과기대
2010년 03월 03일 (수) 23:06:11 강정원 mikang@ulsanpress.net

 

 울주군 범서읍 사연리 사연댐 인근 숲길에서 바라 본 사연댐 전경. 겨울가뭄이 계속된 탓인지 수위가 많이 떨어져 있다.

 

태화강 상류 대곡천 한실마을
사연댐 건설로 수몰 마음속 애잔한 고향
한창땐 연화산 능선 두동·사연 나들목
오래전 사라진 옛길 흔적좇아 쉼없는 걸음
산마루 저 멀리 과기대 '뿌듯한' 울산미래

 

물은 지구 위 모든 생물들의 근원이다.
탄생과 성장, 소멸까지 물이 관여한다. 인류의 문명은 모두 물과 함께 이뤄졌다.
울산이라는 도시도 물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게 분명하다.


태화강. 태화강에는 울산의 과거와 현재가 있고, 내일의 울산이 그 물길로 이어질 것이다.
본지 신년기획 '태화강 백리, 그 시작부터 동해까지' 세 번째 걸음은 태화강 상류 대곡천
한실마을에서 울산과학기술대학교까지 이다.

 

   암각화 박물관에서 반구대암각화 가는 길 반구서원을 조금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길을 곧장 가면 반구대 암각화,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한실마을 가는 길이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한실마을은 인위적으로 고립된 섬 같은 마을이다. 갈림길에서 한실마을까지는 약 3㎞. 길은 휘어지고 가파르다. 어설프게 포장된 길은 차량이 엇갈리지 못할 만큼 좁다.


 한실(一室)은 순 우리말로는 '한골'이다. '한'은 '크다'는 뜻이니, 한실은 큰 골짜기를 의미한다. 결국 한실마을은 골짜기처럼 '많은 것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마을 앞을 가르는 대곡천이 막히면서 '모일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한때 80여 가구가 있었던 마을은 지금은 고작 10여 가구가 남았다.
 마을의 대부분은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물속에 잠기고, 수몰을 벗어난 곳만 모서리로 남았다. 언듯언듯 보이는 골목길 돌담이 고스란히 수몰전 시간을 간직하고 있었다.
 세월이 묻어 있는 허름한 옛가옥 속에 별장 같은 신식 건물들이 몇 채 들어서 있다. 한실마을 진입도로가 포장된 후 도회지에 적을 둔 이들이 터를 잡았다고 한다. 길이 울산의 오지라 불리며 잊혀질 뻔한 마을의 생명줄을 이은 것이다.


 한실마을을 둘러싼 산이 연화산(蓮花山)이다. 해발 532m 로 대곡리와 두동면 은편리, 법서읍 사연리의 경계를 이루는 '연꽃이 핀 형상'의 산이다.
 마을이 번창했을 때 연화산 능선길을 따라 두동, 사연마을 쪽으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주하는 사람이 적어지고, 교통 수단이 많아지면서 산길은 거의 사라졌다.
 한실마을에서 사연댐 쪽으로 가는 산길을 묻자 마을 사람들이 손사래를 쳤다. 길이 없어진지 오래고, 있다고 해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만류하는 마을사람의 안내를 받아 들어 선 연화산 초입은 가팔랐다. 길은 사람들의 발이 남긴 자취다. 사람이 찾지 않으면 자취는 사라지기 마련. 수십 년 째 사람의 발길이 제대로 닿지 못한 산길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또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 능선 길을 따라가면 산마루가 나오고, 산마루와 산마루를 잇는 길이 나올 것이다'는 마을 사람의 말을 믿고 쉼 없이 올랐다.
 산을 오르는 길 오른편 사연호의 물빛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겨울의 막바지 사연호의 물은 적었다. 반구대 암각화가 모습을 다 드러낸 지 한 두 달이 넘었으니 수위는 50m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얼음물에 빠지는 '살신(?)'까지 하며, 반구대 암각화를 다시는 물속에 잠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어쩌면 사연호 물 높이는 여기에 멈출지도 모른다. 그러면 40년 세월 동안 물에 잠기면서 이제 나이테처럼 사연호를 두른 희멀건 '물 빠진 구간'도 사시사철 제 색깔 내는 숲에 편입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산마루에 가까웠는지 마을 사람이 말해 준 능선 길을 만난다. 능선 길은 호젓한 산행을 하는 이들 덕에 비교적 뚜렷하다. 이제 사연리쪽 골짜기로 내려가야 한다. 올라 온 길도 가팔랐지만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다. 숲이 우거지는 여름에는 엄두도 못 낼 길이다. 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사람들이 산 흔적이 보인다. 계곡 옆으로 돌 방벽을 쌓고 일군 텃밭 흔적이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 이용하고 있는 듯 농막이 한 채 보인다.
 농막에서부터의 길은 명확했다. 뚜렷한 오솔길은 그러나 급하게 산등성이 쪽으로 이어져 있다. 산등성이 임도에서 다시 내리막 오솔길을 잡았다.


   오솔길을 내려서니 사연댐이 보이고, 그 너머 지금도 공사가 한창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아련하게 보인다. 울산의 과거가 묻혀 있는 사연호와 울산의 미래를 열어갈 대학교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한실마을에서 울산과기대가 있는 사연마을까지의 길은 지금 없거나, 닫히거나, 묻혀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시민들이 걸을 수 있어야 하는 길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광역상수원 확보 등 안정적인 식수원 대책이 마련되고 사연댐 수위가 영구적으로 낮춰지면 '둘레길'도 가능한 길이다. 사연댐으로 한때 단절됐던 울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강정원기자 mikang@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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