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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현장 공사장 밥집을 우리는 흔히들 '함바식당'이라고 일컫는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고달프게 일했던 건설인들에게 있어 가설식당의 추억은 기억의 저편에 머물고 있는 한 장의 아름다운 삽화가 아닐까 싶다.


 요즘 가설식당은 과거와는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건설인들의 삶의 애환과 가슴 진한 인정미가 넘치는 풍경은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고 있다.


 8일 정오가 다 되어 갈 쯤에 하루 300여명이 넘는 건설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점심 식사를 하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현진 에버빌 아파트 건설 현장의 '가설식당'을 찾았다. 현장 근로자들은 낮 12시가 다가오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삼삼오오로 식당으로 몰려 든다.
 이들 중에는 60의 나이를 훌쩍 넘긴 어르신을 비롯 아들 뻘 쯤으로 보이는 20대와 30대의 건장한 남자들, 4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예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외국인 근로자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가설식당'의 풍경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2~30년 전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던 근로자들은 한 겨울에도 천막 속에서 '한끼'의 배를 채워야 하는 고달픔도 거뜬히 이겨냈다.
 아마도 당시 이들에게는 '외롭고 고달픔' 속에서도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배우지 못해 막노동 현장에서 일하지만 이를 통해 자식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니 절로 힘이 났을 것이다. 때문에 과거의 건설 현장은 그 자체가 삶의 희망이자 생계의 터전이 되어 왔다.


 반면 요즘의 가설식당은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도심에 자리잡은 일반 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설을 잘 갖춰 놓고 있다. 커피자판기에다 냉온수까지 나오는 정수기도 비치되어 있는 등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환경이 좋아 졌다.
 부산에서 새벽 5시 출발한다는 김장원(58)씨는 "30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철근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의 웬만한 공사 현장에는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죽을 힘을 다해 일했다"며 "막노동을 하면서 그래도 2남1녀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켜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느라면 가슴 뿌듯하다"고 술회했다.


 김씨는 또 "20여년 전만해도 한 겨울이지만 바람막이 하나없는 바깥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때도 많았다"며 "그런 고달픔 속에서도 가설식당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 같은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보금자리였다"고 말했다.
 군목무를 마치고 복학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상재(24)씨는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해보기는 처음이다.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아버지와도 같은 분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배울 점이 너무 많다"며 "점심을 먹고 휴식 시간에 옹기종기 앉아 고참들로부터 과거 건설 현장에서 있었던 체험담을 들을 때면 가슴이 뭉클해 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총각들은 가설식당 주인 아주머니의 중매로 선을 보는 예도 많았다. 어떤 경우는 가설식당 아주머니의 사위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가설식당에 대한 과거의 추억은 갈수록 사라져 가고 있지만 가설식당에 얽힌 풍속도는 오래도록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글=최인식기자 cis@ulsanpress.net 사진=반웅규기자 ranton@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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