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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누가 연탄을 땔까. 기억에서 까맣게 잊혀질 정도로 연탄은 우리 일상과 멀어졌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울산에서만 350여 가구, 없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겨울을 나는 귀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다. 연탄은 단순한 연료이기 이전에 힘겨운 세상에서 한숨짓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마음의 땔깜이다. 그만큼 연탄은 참 힘이 세다.


 연탄으로 구들을 데우며 살아가는 사람들. 곳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연탄이 있어 냉엄한 겨울을, 가난한 마음을 늘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 남구 선암동. 기찻길을 지나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 맞닥뜨린 허름한 기왓집. 대문 옆에 하얗게 타고난 연탄재가 눈에 보인다. 가지런히 쌓여있는 모습에 지난밤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따뜻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품어보게 된다.
 30년간 이곳에 살면서 연탄을 때 온 조길순(가명·72) 할머니. 전날 SKC(주)가 이 곳 3가구에 400장씩, 모두 1,200장의 연탄을 배달해줬다. 조 할머니는 처마 밑에 차곡차곡 쌓여진 연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기만 하다.
 하루에 석장씩, 시한 내에 춥지 않게 지내려면 500장은 있어야 하는데, 보살펴줄 자식 하나 없이 말기암으로 고생하는 조 할머니에게 겨우나기를 위한 연탄값이 가슴을 짓눌러왔다.


 정신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옆집 김씨 부부, 교통사고 휴우증으로 돈벌이가 아쉬운 앞집 정씨도 마찬가지다.
 조 할머니는 "지지리도 고생했지. 연탄 한 장 없이 냉골에서 지냈던 날도 부지기수야. 공장아저씨들이 없이 사는 우리같은 사람 도와준다고 연탄을 400장씩이나 갖다주니 기분이 너무 좋아. 연탄은 '깜둥이 하나님'이야"라고 좋아라한다.
 이처럼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연탄을 찾는 사람들이 늘수록 울산에 남은 8곳의 연판 판매업소는 이맘때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남구 선암동 충북연탄 김씨 부부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배달시간에는 전화기를 꺼놓는다.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하려면 빨라야 2~3일 기다려야 한다. 고지대나 일부 외곽지는 사실상 배달할 엄두도 못낼 정도"라는게 김 씨의 이야기다.


 올들어서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더욱 연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울산시가 파악한 연탄사용 가구는 752가구로 이들 중 일반 가정은 346곳(46.0%), 화훼농가 등 56곳(7.4%), 기타 음식점 등이 350곳(46.5%)곳이다.
 그러나 실제 난방용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훨씬 많다. 이날 충북연탄을 찾은 박 모(43)씨는 "사무실 하루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기름이 40리터나 된다. 기름값이 너무 부담스러워 올해부터 연탄난로를 들이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가정도 크게 늘고 있다.
 이 덕분에 울산지역 연탄사용량은 하루 평균 9,000여장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연탄값도 현재 1장당 400원으로 상반기에 비해 40원 가량 올랐다.


 겨울을 맞아 이날 연탄 50장을 주문한 손 할아버지는 "연탄 한장 400원도 아쉬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 한 번에 떼면 돈이 부담되서 우선 이것만 떼어 놨어. 못사는 사람 없이 살았으면 좋겠는데…"며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새벽녘까지 활활 타 따끈하게 달궈진 방구들처럼 서민들의 겨울이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정재환기자 hani@
 사진=임성백기자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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