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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노불사의 복숭아를 훔쳐먹은 동방삭은 변신술에 능해 마고할미가 잡을 수가 없었다.


 동방삭이 숯못을 지나는데 노파가 이 못에서 검은 숯을 바래고 있었다.


 동방삭이 "할멈 왜 숯을 그렇게 씻고 있소?" 물으니 노파는 "검은 숯이 흰 숯이 되도록 물에 씻어 바래는 중이오"라고 답했다. 이에 동방삭은 "허! 난 삼천갑자를 살아도 검은 숯을 흰 숯으로 바래는 일은 처음보는 일일세"라고 말해버리자, 노파로 변장해 있던 마고할미가 동방삭을 잡아가 버렸다. 이 숯못에서 동방삭은 한마디의 실언으로 1만8,000년의 운명이 끝났다.


 동방삭과 마고할미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울산 중구 성안동 '숯못'이 자연친화적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반티이못(함지못)이라 할 정도로 작은 못이었던 숯못은 60여년 동안 철조망 등으로 일반의 접근이 막혔던 곳이다. 단절된 구조로 농업용수원 외에 별다른 쓰임새가 없어 쓰레기 무단투기 장소가 되는 등 골칫거리였다.


 삭막하기만 했던 숯못이 수변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해 주민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울산 중구청이 1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숯못 7,700㎡와 인근 야산을 포함 총 3만6,000㎡의 숯못생태공원을 조성, 20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처럼 울산의 자치단체들이 주민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저수지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주민들의 품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올초 개방된 남구 선암저수지가 그렇고, 중구 숯못저수지에 이어 동구에서는 명덕저수지가 수변공원으로 화려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울산대공원과 태화강 생태공원에 이어 이들 저수지가 공원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한때 공장굴뚝으로 대표됐던 울산의 이미지가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건강한 생태도시로 변모하는데 큰 몫을 하게 됐다.


 지난 1월 개방된 남구 선암수변공원에는 산책로(3.8㎞)를 따라 지압보도, 야생꽃단지, 코스모스·유채·해바라기단지, 수생생태원, 전망대, 연꽃군락지, 소나무·버드나무광장, 습지탐방로, 핸드레일과 유도블록 등을 갖춘 장애인 탐방로가 갖춰져 있다. 방문한 시민들은 공원 가로등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즐긴다.


 숯못생태공원은 선암수변공원보다 규모와 크기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주택가와 아파트단지 사이에 오롯이 조성, 시민들이 자연을 접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최적의 공원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숯못 남쪽 옹벽에는 벽천폭포에서 시원한 물이 흘러내리고, 저수지 한가운데 2곳의 분수에서 뿜어지는 물방울들이 무지개를 만든다.


 이곳은 길이 100여m의 보행데크, 전망데크, 분수대와 함께 느티나무 등 17종류의 나무 1만7,000여그루가 심어져 있어 야생 동·식물의 서식공간과 함께 학생들의 생태체험교육 및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저수지에는 붕어, 참붕어, 가물치 등 다양한 토종어류가 자생하고, 갈대, 부들 등 수변식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게 된다.


 특히 숯못생태공원은 야간이 되면 아름다운 조명이 더해져 더욱 장관을 이룬다.


 중구청 녹지계 이근석 주사는 "인공적인 시설물을 최소한 줄이고 인근 산책로와 연계해 주민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함월산과 어우러져 시민들이 간편하게 등산과 휴식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밖에 동구청도 현대중공업이 생활·공업용수로 쓰려고 만든 뒤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던 동구 서부동 명덕저수지(11만2,000㎡)를 오는 2011년까지 수변공원으로 조성해 개방키로 하는 등 울산지역 곳곳의 저수지들이 시민 휴식공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주민 김호민(41·중구 성안동)씨는 "중구 성안동의 경우 택지개발 등 유입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시민들이 자연을 접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은 절대 부족했다"며 "날씨가 좋은 날 가족들과 함께 등산과 휴식을 즐기고 피크닉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교통체증과 인파가 붐비는 외곽 명승지도 좋지만 바로 인접한 가까운 수변공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닐며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건강한 휴식방법이 아닐까. 글=정재환기자 hani@·사진=임성백기자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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