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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삼산동 작은도서관 '소풍'은 어린이와 어른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공공도서관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소풍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는 생활 도서관으로 개관 2개월 만에 이용자가 4천명을 넘어설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자녀와 함께 작은도서관을 찾은 어머니가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얘들아, 도서관으로 소풍가자"


 남구 삼산동 강변세양청구 아파트 주변에 아이들이 소풍을 떠날만한 곳이 생겼다. 30평 남짓, 아기자기한 공간에 아이들이 들어가면 소풍을 떠난 것처럼 즐거운 곳, 작은 도서관 '소풍'이다. 도서관이 문을 연지는 이제 겨우 두달이 조금 넘었다.


 '소풍'이 생기자 이 지역 아이들의 생활이 바뀌었다. 어른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마을의 공기가 달라졌다. '소풍'은 조남애 남구의회 의원이 삼산동작은도서관추진위원회와 함께 펼친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 차원에서 지역 마을에 책과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자는 프로젝트의 첫번째 결과물.


 3일 오후 찾은 도서관에는 아이들 10여명과 어른 2명이 책을 읽거나 옹기종기 모여 얘기를 소곤소곤 나누고 있었다.
 9월 중순부터 대출제를 실시하기 위해 바코드 작업 중이던 조남애 관장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마을 분위기가 변했다"고 했다.


 마침 마실 삼아 자녀와 도서관을 찾은 김지희(37)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도서관에 온다"면서 "요즘 동네에서 아이들과 도서관에 오는 게 재미"라고 말했다.


 작은 도서관 소풍은 주부·어린이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공공도서관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소풍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는 '생활 도서관'을 지향한다.


 개관 2개월 만에 이용자가 4천명을 넘어설 만큼 주민들의 호응도 뜨겁다. 조남애 관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다"면서 "그만큼 도서관에 대한 지역민의 수요가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변세양청구아파트 1,500세대와 평창아데라움 1,000세대가 자리한 이 곳은 도서관이 문 열기 전엔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삭막함'이 흘렀다. 부모들은 맞벌이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원 가거나 TV와 인터넷으로 시간을 '때우는게' 일이었다.


 하교한 뒤 학원 가기전 동네를 '쏘다니는' 게 전부였다는 김정은(10)양에게 '소풍'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줬다. "책 읽는 즐거움을 배웠어요. 엄마도 도서관에 간다면 좋아하세요."


 '작은 도서관'을 추진한 건 지난해 가을. 지역 주민들은 이런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용수철처럼 튀어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조 관장은 "30여명의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추진위원들이 적극 동의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추진위원과 후원회원들이 힘을 모은 결과 도서관에 현재 어린이 도서를 중심으로 3,500여권을 들여놨다.


 문제는 운영이었지만 학부모와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섰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조 관장은 "모두가 합심해 나섰던 건 단순히 도서관 하나가 아니라 우리 마을에 숨통을 틔워 주는 사랑방이 될 것이란 믿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관장은 "기업과 지방 정부가 관심을 갖고 주민들이 동참하면 작은 도서관은 마을의 사랑방이 된다"며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나눔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마나 선생님이 정해주는 일과가 아닌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소풍'가는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 그곳이 도서관이라는 것이 반가우면서 신기하다.


 앞으로 더 많은 '소풍' 공간이 생길 수 있을까.  혼자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에 믿음을 갖는다면 조 관장의 말처럼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 같다.  김미영기자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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