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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경력 3년차인 김향미 교수(오른쪽 끝)와 아들 박지운씨(왼쪽에서 두번째)가 한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영화 '쉘위 댄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춤에 대한 동경도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것이다. 젊은날의 열정과 희망이 사라지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중년의 한 남가가 우연히 접하게 된 라틴댄스로 인해 그의 인생이 바뀐다.


 국내에도 이미 많이 전파된 살사댄스와 탱고. 그 화려함과 흥겨움이 가득 배어있는 곳으로 찾아가 봤다.

 

 울산대학교 맞은편 동경볼링장 맞은편 건물 4층에 '사보르'란 카페가 있다. 사실 카페라기 보다는 춤을 출수 있는 알맞은 공간에 잠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와 긴 테이블이 하나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수·금요일 벌어지는 살사댄스는 지난 2002년 9월 '그냥 살사댄스를 좋아 한' 김태수씨가 춤을 배우고 즐기기위해 동호회를 만들고 카페도 함께 문을 열었다. 다행히 당시 인터넷 카페 회원만 2,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관심이 커 큰 흥행을 하게 됐다.


 탱고는 서울에서 울산으로 출장 온 한 프로그래머(닉네임 Sunny)가 4개월 가량 사보르에 머물면서 동호인을 모으고 가르쳤다. 그렇게 2002년과 2003년 시작한 살사와 탱고동호회가 현재까지 사보르를 이어오는 힘이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눈팅만 하다가 실제 '사보르'를 찾는 회원은 매주 100여명 정도. 6~7년 동안 사람들이 바뀌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매주 100여명 이상은 꾸준히 찾고 있으니 한 번 제대로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 이야기다.


 사보르 동호회는 따로 얽매이는 규칙이 없다. 동호인들 중에 고수나 선임기수가 새로 들어 온 신입을 가르치고 그러다 좀 더 관심이 가면 따로 배워 즐기면 그만이다.


 사보르 지기 김태수씨는 "사람들이 남녀노소 모여 춤을 같이 즐기고 탐구하고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며 "살아가면서 춤을 통해 힘을 얻는 그런 모습을 보는게 보람"이라며 라틴댄스의 매력을 소개했다.


 수목금 요일별로 살사와 탱고동호회 동호인들이 번갈아 찾는 사보르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지난 2004년 신학대를 다니던 한 여학생은 살사가 좋아 실용무용과로 학교와 전공을 바꾼 뒤 현재는 서울에서 살사와 뮤지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 누이(35) 동생(31)은 어머니의 소개로 사보르를 찾아 살사와 탱고를 즐기다 같은 동호회 회원과 각각 2006년 5월, 2008년 4월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지난 목요일 탱고동호회 모임을 찾은 대학교수인 어머니와 춤의 열정에 눈을 뜬 아들.
 춘해보건대학 간호과 교수이면서 탱고 경력 3년인 김향미 교수.


 3년 전 미국의 어느 호텔 바에서 외국인 노부부가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인상에 남아 춤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 교수는 '그 춤'을 찾아 사보르를 찾았다고 한다.


 물론 첫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나이 때문에, 젊은 사람 위주인데, 그래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동호인들이 잘 해 줘 편했다"며 탱고입문기를 소개했다.


 이렇게 배운 탱고는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도 이어졌다.


 평소 조금 내성적이어서, 몸을 움직이는 운동에 큰 관심이 없었던 아들 박지운씨에게 2년 전 직접 탱고를 소개한 것.


 처음 낯가림이 있었던 박씨도 점점 탱고에 빠져들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좀 더 제대로 추고 싶다는 박씨는 프로를 위해 조만간 유학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박씨는 "내게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무료한 생활뿐이었는데, 오랜만에 뭔가에 몰입할 수 있는 열정이 생겨 더 없이 좋다"며 삶의 열정과 동의어인 탱고의 삶을 소개했다.  글·사진=장지승기자 jjs@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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