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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되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성당과 교회에 설치된 화려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크리스마스는 동사(動詞)다.
 크리스마스 날만큼 나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모두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때가 또 있을까.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구세군들의 종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슴 한 구석을 울리고, 가족과 연인들 모두 각자 특별한 그 날을 만든다. 또 크리스마스는 올 한해를 정리하는 날이자 동시에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교차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제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마구간에서 동방박사 및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 한평생 약자를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헤치려는 사람들까지 모두 다 안고 가려했던 예수. 그의 삶은 남은 제자들과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실천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가 태어난 지 200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언제나 돌아오는 12월이면 '크리스마스'한 시간들을 보내며 행복을 만든다.
 따라서 크리스마스는 나누고, 사랑하며 시작하는 행동을 포괄하는 동사다.    
 
 [나눔] 크리스마스는 내가 가진 것들을 너에게 또는 우리에게 모두 나눠주는 날이다. 경기불황이니 신종플루니 하는 삭막함 속에서도 어김없이 구세군들의 종소리는 울려 퍼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주섬주섬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빨간 자선냄비 안에 넣는다. 지나가면서 모처럼 좋은 일을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크리스마스하면 생각나는 곳은 당연히 '교회'와 '성당'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 날이면 재밌는 공연도 보고 선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울산시 남구 삼산동 대성교회는 24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교회를 다니는 신도 및 주변의 이웃들을 초청해 공연을 펼쳤다. 공연은 유소년부의 노래와 중고등부의 춤과 연극으로 진행됐다. 아이들은 이날 이웃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위해 그 동안 교회에 모여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캐럴 찬송가에 맞춰 춤을 췄던 김예은(15) 양은 "6살 때부터 교회에 나와 매년 크리스마스 공연준비를 했다"며 "옛날에는 많이 떨렸는데, 이제는 사람들에게 나의 장기로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어른들은 선물 1가지씩을 들고 와,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가져온 선물을 나눠주기도 하는 등 교회가 즐거운 웃음으로 떠들썩 했다.
 이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뿐만 아니라 매달 교회를 다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그동안 모았던 헌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규돈(56)목사는 "크리스마스는 인간들을 원죄로부터 구원키 위해 세상에 나오신 하나님처럼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을 섬기는 경건한 날"이라며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밝혔다.
 
 [사랑]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눈이 온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오지 않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지난 23일 남구 달동 한 카페에서 동갑내기 커플 한 쌍의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남자친구 강석근(31)씨의 생일 및 교제 100일 기념으로 이은규(31)씨가 깜짝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가지고 서울에서 울산까지 아침 비행기로 내려와 파티를 준비했다. 이씨는 서울에서, 강씨는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서로 만나기가 어렵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함께라고 한다. 이날 깜짝 파티를 받은 강씨는 "여자친구가 직장생활로 바쁜데도 틈틈이 울산에 내려와 함께 있어준다"며 "오늘 파티를 준비한다고 애썼을 텐데 그 마음과 정성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들 커플은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낼 것"이라며 웃었다.


 남구 무거동의 한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양말을 문에 걸어뒀다고 한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요'라는 내용의 캐럴송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25일 밤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잠들어 있는 아이의 머리맡에 살짝 선물을 두고 올 것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게 해주고 아이에 대한 사랑을 특별하게 표현하고픈 부모들의 순수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는 '사랑하기 좋은날'이다.  
 
 [시작] 크리스마스가 12월에 있다고 단지 2009년을 마무리하는 날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크리스마스는 2009년을 마무리하는 때이자 2010년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하다. 시작을 기다리는 마음의 '시작'을 하는 때가 크리스마스다.
  이날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바라는 날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날이기도 하다. 그 소원은 바로 내년의 '희망'과 연결된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 서현우(13)군은 "아토피 피부병이 낫는 거랑, 수학공부를 더 잘하고 싶다"며 크리스마스 소원을 밝혔다. 현우군의 소원은 곧 2010년에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로 올해가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래고, 내년을 맞이하는 마음을 새롭게 한다. 크리스마스는 2009년의 끝이요, 2010년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시작'에 좀 더 무게를 실어 올해 못다 이룬 바람들을 내년에 모두 다 이룰 수 있기를, 더 많이 웃고 행복한 나날들이 더 많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내년도 우리의 일상을 빼곡히 담을 다이어리에다가. 글=윤수은기자 usyse@, 사진=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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