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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모 보험회사가 울산시를 상대로 갓길(노견)을 만들지 않은 책임을 묻는 재판을 청구한 적이 있었다.
 사연인즉, 그 보험사의 보험가입자가 승용차를 운행하던 중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을 추돌하여 숨지게 한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책임이 갓길을 만들지 않은 울산시에도 일정 비율 있다면서 그에 해당하는 구상권을 청구한 재판이었다.
 판결문은 갓길이 없는 차도에서 자전거를 추돌했다면 갓길을 만들지 않은 행정기관의 잘못이 아니라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로교통법과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보면 원칙적으로 차도를 통행해야하는 차마(車馬) 중 차에 해당하는 자전거는 보행자에 주의하면서 도로의 우측가장 자리 부분으로 통행해야한다"며 "길어깨는 도로를 보호하고 비상시에 이용하기 위해 차도에 접해 설치하는 도로 부분에 불과하고 일반적으로 차마가 통행하는 도로가 아니다"고 적시했다.
 본 판결문은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그 책임을 강조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행정기관이 교통약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서민들의 기대에 반하는 판결이라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소개 된지도 이제 100년이 넘었고, 시민의 발이 된지도 이미 20년에 가깝다. 전국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금년 2월 발표에 의하면 1700만대를 넘어섰다. 그중 95%가 자가용이며, 그중의 70%가 승용차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승용차가 1인 탑승하고 다닌다. 이 면에서는 자전거와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도심 혼잡 지역에서는 자전거가 주행속도도 더 빠르다.
 그러므로 에너지 관리측면이나 대기오염 방지와 국민 건강을 고려할 때 행정기관에서는 자전거도로를 증설하고 자전거타기 생활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자전거 뿐 아니라, 보행자나 전동 휠체어 또는 오토바이 탑승자와 같은  교통약자들을 위한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는 일에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자동차 역사 2세기를 맞이하여 우리나라도 이제 성숙한 자동차문화를 기대해볼만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자동차가 지체 높으신 분들의 전유물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아직도 자동차 제1주의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옛날 달구지가 다니던 길이 신작로로 바뀌면서, 그길로 자동차가 지나가면 잽싸게 길가의 논둑으로 물러서서 자동차가 몰고 오는 흙먼지나 덮어쓸 수밖에 없었던 신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길들여 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 이었다.
 최근 자동차의 증가에 따라 도로가 많이 확장되었지만 교통약자들을 위한 인도나 자전거도로 또는 농로의 확보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교통약자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796건으로 이로 인한 사망자는 평균 28명꼴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매우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 중에서 차대 보행자 사고가 절반 정도인 후진국형 사고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린이 사고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아 보름 만에 초등학교 학급이 하나씩 줄어들 정도이다.
 선진국의 거리를 걷다보면 횡단보도 부근에 사람이 얼씬거리기만 해도 가던 차들이 멈춰 서서 보행자 우선통행원칙을 지키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이카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도 운전자들의 교통약자를 안전의식도 필요하지만, 교통 약자들에겐 지옥과 같은 거리를, 거닐고 싶은 거리로 바꾸어 가기 위해 운전자의 의식도 고양되어야하겠지만, 교통인프라 구축을 위해 행정기관들이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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