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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의 문명이 날개를 달고 날아 오듯 이 땅에 범람하고 있다.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실로 하루가 다르게 의식의 구조마저 변해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매우 고무적인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염려스럽다.
 동양은 동양의 문화가 있고 동양적인 바탕 위에 문명인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서양 문화의 토대 위에서 서양인들이 즐기는 문명이 뿌리내린다면 보나 마나 그것은 서양식 문명인이 되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문화란 정말 소중한 것이다. 한 나라의 전통문화란 매우 값지고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하는 독창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랜 우리 민족의 정착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며, 서양의 유목민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띤다. 그런데 이런 고정 의식들이 오래전부터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 소위 이즈음 말하는 신세대에서부터 시작해 점차적으로 장년층까지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까짓 고향을 떠나면 어떠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리타분한 대가족 제도니, 고향 사람들과의 유대니, 선후배 관계니 하는 것들을 예사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교통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사회 질서가 혼란해져 인간 질서까지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의 문화의 달을 맞아 우리 지역에서도 여러 사람이 문화공로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 중 한사람을 꼬집어서 모 지식인이 '왜 그 사람에게 문화상을 주었느냐고' 사방 떠벌리고 다녀서 주위에서 듣는 사람마저 불쾌감을 갖게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 지역 출신으로 학교의 선후배 사이므로 자기 얼굴에 침뱉기가 아니냐고 되레 빈정거림을 받고 있다.
 이런 것들 또한 인간관계의 고리가 끊어지고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현상과 마찬가지이니 실로 마음 허전하다. 그들은 결국 등을 돌리게 되고, 끝내는 서로를 욕하고 헐뜯는 사이로 변하고 말 것이니 퍽 가슴 아픈 노릇이다. 상을 받은 쪽은 겸손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쪽은 축하하고 격려할 때 우리 사회는 밝아지고 서로간의 신뢰감이 튼튼한 고리를 만들어 줄텐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사회는 커다란 그물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 그물 코 하나하나가 지금 서서히 끊어져 가고 있다. 그것이 지나치면 바로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사회 붕괴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부하가 상관을 구타하고, 학생이 교수를 폭행하고, 선후배끼리 헐뜯고 손가락질하는 풍토는 일찍이 우리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되고 있어 이 사회를 받치고 있는 질서의 다리가 무너져 내릴까 싶어 조바심이 앞선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받치고 있는 올바른 다리는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동양의 정신적인 지주는 뭐니 해도 예의범절이다.
 일찍이 공자의 유교 사상에서 비롯해 오랫동안 문화와 전통을 지켜온 삼강오륜을 바탕으로 한 동양의 정신문화에 그 뿌리를 둔 대가족제도의 질서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제 우리는 질서 의식이 소원해진 이 시대에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인 사회 질서의 정착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오늘의 내가 제일이라는 의식은 버리고 점진적으로 삼강오륜의 바탕 위에서 서로 신뢰하고 돕고 칭찬하면서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서구 문화에 의한 놀이보다 고유한 우리의 놀이를 개선 장려하여 하루 빨리 보급하고 지도해서 우리 생활 깊숙이 심어져야 하겠다.
 일찍이 정신문화를 앞세운 나라들은 오랜 역사를 지탱하면서도 면면히 국가의 백년대계를 중시 발전해왔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하려했던 향락적인 문화를 향유했던 민족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으니, 로마가 그렇고 3국을 통일한 신라가 그것을 입증해 준다.
 이렇듯 사회 질서 상실은 엄청난 국가의 붕괴와 멸망을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질시하거나 모함하지 말고 모두가 힘을 합쳐 넓은 그물의 코 하나 하나이듯 이 사회를 지키고 병들지 않게 깁고 손질해서 강상지변(綱常之變)의 질서의 도를 숭상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가 번영되게 살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선현들은 강상지변(綱常之變)이면 세상이 말세에 이른다고 했다. 모든 사회 구성 요소는 무너져 내리는 다리와 같이 붕괴되고 만다했으니 피땀흘려 이룩한 내 고장을, 더 나아가서는 조국을 더 이상 무질서한 사회로,  질서 상실의 인간 삶을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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