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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단면이 꽃처럼 생겨 화암이라는 별칭이 생긴 강동 주상절리. 동해안 용암절리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열기로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가 온통 땀으로 젖는 도시의 하루다. 가을의 시작인 입추가 어느새 성큼 다가왔지만 찌는 듯한 더위는 식을 줄 모른다. 사람들은 시원함을 갈구하고, 바다로 떠난다.
 북구 강동 앞바다는 울산의 여느 바닷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구 일산과 울주군 진하 바닷가가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방방곡곡에서 오는 이들을 맞이한다면, 강동은 바다와 바다가 만들어 내는 포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을 기다린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해수욕을 할 생각이 없다면, 진정한 바다냄새를 맡고 싶다면 강동 앞바다가 제 격이다.

 강동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다. 자동차 길을 기준으로 북구 연암동을 지나 강동~감포 방면 31번 국도를 10여km 만 달리면 된다. 요즘같이 시계가 좋은 날 무룡터널을 넘자마자 푸른 바다가 달려들 듯 가까이에 있다.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파도가 햇살에 반짝여 마치 비늘처럼 빛난다. 정자삼거리를 지나면 정자해변이다. 창을 열면 비릿한 바다냄새가 진동한다. 해변에 따개비처럼 붙은 사람들이 그 냄새에 취한 듯 해변에서 비틀거린다.

 정자해변이 끝날 즈음 국도를 이탈해 골목길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작은 고기잡이배가 방파제를 따라 가로로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을 만난다. 화암(花岩)마을이다. 이곳은 정자 해변의 소란은 잦아들어 고요하고 평화롭다. 짙은 초록내음을 풍기는 마을 언덕 위 이름 모를 풀들과 나무들, 그리고 바위 한 켠에 불쑥 솟아있는 앙상한 해 송이 있는 마을이다.
 그리고 마을 앞 해변에는 범상치 않은 바위가 뜨거운 여름의 태양 아래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암 주상절리다.

 절리는 암석에 외부의 힘이 가해져서 생긴 금이다. 주상절리란 육각형 혹은 삼각형인 기둥 모양의 바위 단면들이 수직방향으로 겹쳐진 것을 말한다. 대개 마그마가 지표 또는 지하의 얕은 곳에까지 올라와 굳은 화산암 종류에서 생긴다.
 강동의 주상절리도 마찬가지로 약 2,000만 년 전에 분출한 마그마가 식는 과정에서 생겨났으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주도 돌하르방의 재료인 '현무암'이다.

 이 절리는 해안을 따라 200m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해안에서 150m쯤 떨어진 바위섬에서도 절리의 모양이 나타난다. 횡단면이 꽃처럼 생겼는데 이로부터 화암(花岩)이라는 마을이름이 유래되었을 것이다. 단면이 육각형 내지는 삼각형으로 된 수평 또는 수직의 모양은 마치 장작더미를 쌓아 놓은 듯하다.
 울산시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된 강동 화암 주상절리는 북구 화암동 화암마을 화암(꽃바위) 해변 일대에 퍼져 있으며, 울산 북구 강동의 화암 주상절리는 동해안 주상절리 중 용암 주상절리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지질학계에서는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각도로 절리가 형성되어 있어 경관적 가치도 크고 특히 누워있는 절리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화암 주상절리는 시 기념물이지만 거의 방치하다시피하고 있다. 갯바위 위로 낚시꾼들이 위태롭게 낚시를 하고 있고, 해변에는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파도에 떠밀려 온 어구들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2,000만년의 세월을 파도와 함께 살아온 주상절리가 올 여름에도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태화강, 고래, 길 등 자연물 혹은 인공물 등에 이야기를 담자는 주장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흔히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다. 울산 각 지역 곳곳의 이야기를 담아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문화를 만들자고 한다. 이제 강동 화암 주상절리에도 이야기와 문화를 입혀야 하지 않을까.
 입추가 다가오는 주말이라 할 지라도 아직은 여름이다. 늦더위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명절 못지 않은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휴가철이다.

 휴가 막바지인 지금, 강동 앞바다로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준비물과 여비는 필요하지 않다. 홀로면 풍경사진을, 함께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거리를 만들어도 그만이다.
 더불어 인근 포구에서 펼쳐지는 낡은 배들과 파시에서 이뤄지는 생선 내음 등 볼거리와 늘어선 횟집에서 맛보는 신선한 해산물 등 먹거리는 강동 앞바다가 주는 덤이다.
 2,000만년의 세월을 살아왔을 강동 꽃바위가 들려 줄 '여름이야기'가 기대되지 않는가. 글=최재필기자 uscjp@ 사진=유은경기자usy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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