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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계의 관광객을 부른다

   
 
울산과 같이 암각화 유산을 간직한 포르투갈의 포즈코아와 스페인 알타미라 역시 암각화와 동굴벽화를 소재로 한 박물관을 갖고 있다. 이들 도시의 박물관은 모두 일반 관람객 뿐만 아니라 학자와 연구자들에게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암각화 정보센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한해 20만명이 찾는 이들 박물관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박물관의 세계화를 위한 단초를 찾아보았다.

# 포즈코아 암각화 박물관

광범위한 유적 일목요연 정리·소개
발굴부터 보존노력까지 전시 '이채'

   
▲ 포르투갈 포즈코아 암각화 박물관은 이 지역에 분포된 암석을 상징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특징이다. 건물 아래는 식당, 연구실 등 지원시설이고, 윗 부분이 전시실이다.

포즈코아 암각화 박물관은 포즈코아 시청사에서 불과 2~3㎞ 떨어진 언덕 위에 있다. 언덕에서 아래로 보면 코아강(The river Coa)과 다오르(Douro)강이 펼쳐져 있다. 코아강과 다오르 강가에는 수천년의 세월을 이곳 사람들과 함께한 포도밭과 올리브 밭이 그림처럼 박혀있다.
 암각화 박물관은 거대한 사각형의 콘크리트 덩어리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돌 모양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주차장은 별도로 만들지 않고 건물의 옥상에 설치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옥상에서 부터 내려가도록 돼 있는 박물관 입구는 마치 동굴에 들어가는 것 처럼 꾸며 놓았다. 박물관은 포르투 지방의 젊은 건축가가 설계했다. 공사기간은 3년. 취재 당시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박물관 공사를 주관하는 곳은 포르투갈 문화재청이었다. 하지만 박물관은 유럽공동체의 문화유산보존과 관련한 기금으로 충당됐다고 한다.
 포즈코아 시장은 "암각화 유적이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어 어떻게 관람객에게 다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포르투갈 정부가 박물관을 건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안은 마치 동굴 속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함을 주었다. 실내는 넓고 천장은 높았다. 안내는 암각화 연구원인 페르난도 안토니오 가르시아 디아즈(41)씨가 맡았다.
   
 

 입구쪽의 전시실은 포즈코아 암각화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함께 세계 암각화의 분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디지털 화면으로 정리해 두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암각화 속에 우리 나라의 암각화 유산은 없었다.
 다음 방 부터는 포즈코아 지역에서 발견된 암각화와 선사시대 유적과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벽면에 포즈코아 암각화의 상징인 물소, 산양, 말 등 대표적인 동물들을 어두운 동굴 조명을 활용해 형광으로 부각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뿐만아나라 포즈코아 지역 발굴과정에서 나온 각종 석기 등 선사시대 유물들을 비롯 사람의 유골 화석까지 전시해 놓았다. 이 지역의 선사시대 역사를 한눈에 확인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다 이 지역 암각화의 발견에서 부터 발굴, 보존 노력까지 전시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디아즈씨는 "암각화 박물관은 규모로는 포르투갈에서 두번째로 크다"면서 "박물관이 개장하면 한해 20만명이 선사시대 암각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알타미라 박물관

주변경관과 하나인 듯 친환경 설계
복제동굴·1만6천여 전문서적 자랑

   
▲ 단층구조로 된 스페인 알타미라 박물관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적인 건축물로 한해 25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알타미라 박물관은 알타미라 동굴이 198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거의 15년 만인 지난 2001년 7월 문을 열었다.
 건축가 후안 나바로 발데베그에 의해 1995년 시작해 2000년 준공된 알타미라 박물관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주 출입구를 중심으로 한쪽은 전시를 위한 공간이고, 다른 한쪽은 알타미라 동굴 모형과 도서관, 연구시설이 들어서 있다.
 단층으로 된 박물관은 건물과 분리된 주차장에서 전시관 쪽으로 걸어가도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알타미라 언덕 등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친환경 설계로 이 건물은 지난 2001년 건축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의 하나인 '미스 반 더 로'상을 수상했다.
 박물관 내부는 포즈코아 처럼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물론 칸타브리아 지역 다른 동굴에서 발굴된 동굴벽화와 선사시대 유물을 아기자기하게 전시해 놓았다.
   
 

 특히 선사시대 스페인 북부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수렵장면 등이 광범위하게 전시돼 있었다.
 박물관의 한쪽에는 알타미라 복제동굴이 있고, 복제 동굴 뒤로는 사무실과 암각화와 선사시대 연구 자료들을 모아놓은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에는 구석기, 신석기, 철기 등과 관련된 서적을 보관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미리 신청하면 1만6,000권 가량의 도서를 활용할 수 있다.
 알타미라 박물관은 친환경 건축물과 선사시대 유물과 동굴벽화가 전시된 실내, 그리고 실제 동굴이 있었던 곳으로 가는 길 전체가 어우러져 관람객들을 선사시대로 안내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실비아씨는 "알타미라 박물관에는 한해 25만~27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관광을 하기위해 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갖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전했다.
 
# 반구대암각화 박물관

최첨단 멀티미디어 시설 체험 재미
세심한 정보 요구 학자엔 도움안돼


지난해 5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위치한 대곡천 변에 국내 최초의 암각화 박물관이 들어섰다.
 울산 암각화 박물관은 '오래된 물건을 진열장에 내어 놓는' 박물관의 통념을 깨뜨리는 최첨단 시설로 가득하다. 거대한 사진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전경을 소개하고 암각화 관련 영상을 멀티비전으로 보여준다.
 또 실물과 거의 같은 암각화 모형 위쪽에는 스크린을 설치해 암각화와 각석을 촬영한 영상을 소개하고 있어 실물 모형과 비교해가며 암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맞은 편에는 '세계의 바위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마련돼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스크린을 떠다니는 암각화 조각들을 손으로 건드리면 그에 대한 설명이 화면으로 나타난다.
 '반구대 암각화 정보시스템'도 흥미롭다. 두 개의 작은 터치스크린 앞에 서서 원하는 메뉴를 터치하면 벽에 설치된 큰 화면을 통해 자세한 설명과 자료화면을 함께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조사, 연구, 감상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담아 전시하는 건축물을 뜻한다'고 정의돼 있다. 하지만 '암각화 박물관'이 정말 박물관이 요건을 갖추고 있을까 하는데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밖에 없다. 멀티미디어를 통해 관람객들이 암각화를 보고 감상할 수는 있지만, 학자와 연구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신문발전위원회 지원 기금으로 취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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