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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투명하게 덮은 아케이드, 깔끔한 대리석 바닥, 정돈된 상점, 대형 LED전광판, 눈꽃축제, 주말이면 열리는 거리공연….  이제 중구 성남동의 '젊음의 거리'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특히 중앙시장과 젊음의 거리를 잇는 총 길이 745m의 아케이드는 전국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며 울산시민들에게 사시사철 편안한 쇼핑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아케이드 시설은 웅장하고 섬세할 뿐만 아니라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시설로 울산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남구 삼산동에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세워지면서 뺏겼던 손님들은 상권을 살리기 위한 중구청과 상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지난 2005년 아케이드가 준공되면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 위치한 재래시장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찾는 발길이 분주하다.

# 80년대 울산 트렌드 메카…90년대 중순부터 '내리막길'

중구 성남·옥교 일대는 지난 1933년 현 울산초등학교 앞에서 뉴코아아울렛 성남점까지 길을 따라 형성돼 있던 중앙시장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울산 상권의 중심지였다.
 성남동은 1980~90년대에는 많은 울산 시민이 찾으면서 울산 트렌드의 메카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 당시 울산 사람들은 소비를 위해서는 성남동을 찾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떤 장사를 해도 괜찮은 매출을 올렸다.
 거리는 노점상과 이리 저리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10~20대가 주로 찾는 지금과 달리 주리원백화점(현 뉴코아아울렛 성남점 위치)이 있던 시절에는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곳이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삼산동과 달동으로 대표되는 남구상권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상권의 중심이 옮겨가고, 1996년 유통시장 개방, 1997년 7월 광역시 승격으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규모 공장과 효문 공단의 북구 편입으로 인한 상주인구 감소 등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여러 가지 조건이 겹치면서 도시기반시설은 취약해지고 상권침체 현상은 가속화 됐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빈사 상태의 성남동 상권은 중구청과 상인들의 노력으로 지난 2005년 이후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 2005년 아케이드 설치…상권회복 '효자'

성남동 상권이 살아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지난 2005년 12월 설치한 길이 724m의 아케이드다. 아케이드가 설치되면서 성남동 상권의 핵심인 '젊음의 거리'가 하나의 거대한 쇼핑몰처럼 변했고, 유동인구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구청 공무원들과 상인들은 일본, 미국, 유럽 쪽의 유명하 재래시장 거리를 다니며 아이디어를 모으던 중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쇼핑거리에서 아케이드 아이디어를 얻었다.
 중구 상인연합회와 중구청은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케이드 설치와 상가시설 정비에 나섰고,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2005년 12월 약 40억원을 들여 젊음의 거리, 중앙시장, 옥교상가 등 성남동 일대 상가 6곳에 3층 건물 높이의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무질서하게 골목을 차지했던 노점상은 한 곳으로 옮겨 양성화 하고 재래시장 간판도 새로 정비했다. 또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해 안전하고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후 유동인구는 이전보다 20~30% 늘어났고, 비어 있던 점포도 속속 채워졌다.
 지난 2004년 12월엔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가, 2006년엔 대형 의류 할인매장인 뉴코아아울렛이 들어서면서 삼산동으로 발길을 돌렸던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왔다.
 '젊음의 거리'라는 명칭은 2007년 시장 인증 등록을 하면서 붙여졌다.  이곳은 1020세대들이 좋아하는 의류, 액세서리, 쥬얼리, 화장품 등 패션과 젊은 세대를 위한 식당, 주점 등의 음식이 중심 업종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시장경영지원센터와 전국상인연합회가 주관하는 '2009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시장 활성화를 인정받아 우수시장으로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젊음의 거리에는 230개의 상점이 성업 중이며, 하루 평균 고객 수는 2만5,000명에 달한다.
 

 

   
 

 

# 젊음의 거리, 문화·축제의 거리로

'젊음의 거리'는 이제 문화의 옷을 입고 울산 문화의 중심지로 다시 도약하려 하고 있다.
 지난 2004년 KT 앞에 작은 무대를 설치한 이후, 매주 토·일요일에 노래, 댄스, 마술 등 다양한 끼를 가진 아마추어 팀들이 자신들의 에너지를 발산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 '味&美 음식·미용축제', '외국인과 함께 하는 어울림 한마당'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울산 문화의 중심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6년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 인공 눈을 살포하는 '눈꽃축제'와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태화강 문화거리 축제'는 중구를 대표하고 울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젊음의 거리에 보행자를 위한 대형 LED 전광판이 설치되면서, 지난 6월에 있었던 월드컵 당시 붉은 티를 입은 시민들이 대거 운집해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중구청과 상인들은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공존하는 문화·관광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심 중이다.
 젊음의 거리 상인들은 중구청이 추진하는 울산의 역사가 살아있는 동헌, 향교 등을 중심으로 잘 보존되고 있는 전통문화와 깔끔한 현대식 쇼핑시설, 문화공연 등이 어우러지는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젊음의 거리가 다시 한 번 울산 문화의 중심이 되길 기대하고 노력하고 있다. 
글=이보람기자 usybr@ 사진=유은경기자 usyek@

 

[젊음의거리 상인회 이재열 회장] "상권 살리기, 상인 의식변화부터"

 

   
 

"상인들의 의식을 변화해 '상생'한다면 중구 상권 살리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중구 상권 살리기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앞장서는 젊음의 거리 상인회 이재열(44)회장. 그는 지난 2005년에 아케이드 설치로 각종 축제 등이 진행되면서 젊은 층이 다시 중구 성남동 상권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옛말에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려 하지 말고, 사람을 남겨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상인들이 미래를 생각한다면 서비스 질 개선 등의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장사 안 되는 것을 '남 탓'하지 말고,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면 손님들은 자연히 모여들겠지요"
 이러한 그의 소신에 따라 젊음의 거리 상인회는 지난해 '미인대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세우고 거리 곳곳에 플래카드를 붙였다. '미인대칭'이란 '미'소짓기, '인'사하기, '대'화하기, '칭'찬하기의 첫글자를 따 만든 말로, 고객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중구 상권 중심에 중부소방서가 떡하니 위치를 하다보니 여러 가지 애로점이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에 고객들이 놀라기도 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쇼핑을 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소방서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문화센터나 쌈지공원을 조성한다면 상권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라며 "또 중구 성남동 주변에는 이번에 새로 건립된 옥교공영주차장을 비롯해 많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고객들이 이들 주차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이용을 꺼리는 것을 보면 중구청이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이 서로 협력해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마련하거나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성남동이 문화·관광형시장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구 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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