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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국도를 타고 정자, 관성, 감포, 오류 등의 정겨운 이름들의 항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바다가 함께 달리는 풍경이 연출된다. 쪽빛 향연이다. 바람의 질감은 부드럽고 물은 색상은 대조가 강하다. 묘한 조화속의 그림 같은 풍경을 한 시간쯤 달리다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작고 아름다운 항구가 나온다. 긴 방파제와 빨간 등대, 그리고 줄지어선 가로등들이 작은 나폴리라 불려도 손색없을 듯 하다. 바로 포항 장기면 양포리다.

양포리(良浦里)는 경주시 경계에 있는 감재산(286m)에서 발원한 수성천이 흘러 발달한 만(灣)을 낀 마을이다. 한낱 작은 항구에 불과했던 양포항이 지난해 어촌과 어항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항구가 됐다. 국토해양부의 어촌-어항복합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100억원을 투입 3년간의 대대적인 개선사업을 벌인 결과다.

 어항은 지금까지 어민들의 생업을 위한 장소였다. 어선을 정박하거나 어획물을 판매하는 기능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역특색을 살리고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지역민들의 휴식 공간과 더불어 관광 명소로서 새롭게 단장했다.
 양포항은 전형적인 'U'자형 만이다. 먼 바다 쪽으로 아스라한 수평선이 그어지고 방파제 안쪽으로 정박된 어선들은 한가롭다. 작은 바람에 물결이 일어 수면에서 햇살이 반짝거린다.

 

 

   
 

 원래 양포항은 문어와 아귀의 주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항구 주변에 생아귀탕 식당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새벽 경매시장의 주 품목도 바로 아귀다.
 양포항은 숭어 훌치기 낚시가 잘 되는 것으로도 소문나 있다. 낚싯대를 맨 조사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수면 가까이 떼로 몰려다니는 숭어의 물결을 보고 끌어내는 방식의 훌치기는 많은 노동력을 담보로 하지만 그 손맛과 조과가 보장되기에 울산, 대구등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휴일에는 큰 방파제 주변으로 줄지어 늘어선 꾼들의 풍경이 흔하다.

 만을 끼고 두 개의 방파제가 맞물린듯한 양포항의 특징은 우레탄으로 시공된 바닥과 요트 계류장이다. 짧은 방파제 앞으로 아귀모양의 급수대가 있고 바닥을 그림타일로 장식한 작은 광장이 나온다. 어민들의 휴게시설도 눈에 띈다. 작은 방파제위로 반딧불이 형상의 가로등이 도열해있고 우레탄으로 덮은 방파제 끝으로 해변 공연장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닥의 느낌은 푹신해 걷는 맛이 좋다.
 부유식으로 설치된 계류장엔 대여섯 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다. 대양을 꿈꾸는 요트의 헤드마스터가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싣는다.

 

 

 

 

   
 

 2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의 해변공연장엔 색소폰 연주회가 열린다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정갈하고 단아한 분위기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아마추어나 동호회 위주의 소공연들이 자주 펼쳐진다.
 만을 끼고 어선들이 정박해있고 새로 설치된 경매장과 지역 특산물 판매장도 눈에 띈다. 

 주차장 입구에 2009년 바다 숲 사업 기념 공원의 조형물이 이색적이다. 배흘림기둥형식으로 깎은 화강암들이 서서 하늘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바닥엔 그림타일로 장식해 심심하지 않고 아기자기하다. 깨끗해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큰 광장, 십이지 광장, 은하수 광장, 번영의 광장, 뱃머리 광장, 조영의 광장 등 이름도, 크기도, 형태도 다 달라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열리는 해변의 음악회는 또 다른 멋을 풍긴다.

 공원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오르면 700m에 이르는 방파제가 바다를 반으로 나눈다. 방파제 밖의 파도가 무색하게 안쪽으로는 잔잔하다.
 방파제에는 건강지압로와 탄성고무포장길이 이어져 있어 지루함을 덜어준다. 방파제 끝에는 빨간 색으로 옷을 입은 작은 등대 앙증맞게 서서 먼 바다를 본다. 먼데를 바라보는 등대의 꿈 아래로 섣부른 사랑의 맹세들이 어지럽게 적혀있다. 구름만 말이 없이 흘렀다.   글·사진=서승원기자 uss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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